5.18性폭행 피해자 아직도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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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5.18때 진압군과 군수사관들로부터 성폭행이나 성고문을 당한여성들이 아직도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여고1년생이던 80년 5월19일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광주시 금남로에서 공수부대원들에게 잡혀갔던 柳순정(32.가명)씨는 당시의 충격때문에 15년이 지난 지금도 나주국립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있다.
柳씨는 『다른 여자 한 명과 함께 얼굴을 치마로 가려진 채 실려가다 한 건물로 끌려들어가 군인 5명에 의해 윤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柳씨는 충격으로 곧바로 학교를 그만둔뒤 가출,10년동안 갱생원과 정신병원에서 지내거나 머리 를 깎고 절에 들어가기도 했다는 것.
91년 결혼해 광주에서 살고 있는 柳씨는 『남편에게 과거를 속이고 살아야하는 것이 괴롭다.내 삶은 5.18로 끝장났다』며『요즘도 정신병원에 다니면서 신경안정제.수면제 등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88년 정부는 柳씨의 성폭행주장이 목격자가 없어 입증이 불가능하다면서도 2억5,000여만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해 사실상 계엄군의 성폭행 가능성을 인정했다.
田옥순(46.가명.서울거주)씨는 군수사관의 성고문으로 여성(女性)을 잃은 여자.田씨는 계엄군이 시민군을 완전히 진압한 80년5월27일 계엄분소가 설치된 상무대로 끌려가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석녀가 됐다는 것.
여성단체회원들에게 『군수사관들이 치부를 몽둥이로 찌르기도 했다』고 증언키도 했던 田씨는 결혼생활에도 실패하는 등 5.18로 망가진 생을 살고 있다.
광주〓이해석.구두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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