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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재판 스케치-417호 법정/법원주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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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헌정사상 전직 대통령의 비리에 대한 첫 심판은 18일 가족.
기업관계자등이 190여석의 방청석을 가득 메운채 막을 올렸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역사적인 이날의 재판은 시종 차분함속에서 별다른 사고없이 진행됐다.
…이날 공판에 나온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재판장 김영일(金榮一)부장판사의 호명에 따라 맨먼저 법정에 등장.盧씨는 지난달 16일 구속이후 수감생활 33일만에 처음으로 공개된 자리에모습을 드러낸 점을 의식한듯 긴장되고 어색한 표 정.盧씨는 피고인석 맨 앞자리에 들어선뒤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목례하는등 가능한 예의를 갖추는 모습.
…盧씨는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중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뇌물액수와 성격부분에 대해 일부 부인하는 답변을 내놓아 눈길.盧씨는 특히 주임검사인 문영호(文永晧)검사가 직접신문중 『장진호(張震浩)진로그룹 회장으로부터 100억원을 수수하고…』 라고 하자 『張회장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기억이 안난다』고 부인.
文검사가 『직접 받은 건 아니라도 다른 사람의 중개를 받아 수수한 사실은 있지 않느냐』고 재차 추궁하자 盧씨는 묵묵부답.
…재판부는 피고인의 호명 방법에 대해 신문중인 검사에게 3~4차례 바로잡는등 매우 신경쓰는 모습.
재판장은 검찰이 『피고인 노태우』『노 전대통령』이나 『피고인이건회장』등으로 호칭할 때마다 『피고인으로 정확히 해달라』고 말해 검사가 잠시 당황.
…오후6시20분쯤 1차 공판이 끝난후 재판부가 퇴정하자 盧씨가 의자에서 일어나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삼성 이건희(李健熙)회장과 대우그룹 김우중(金宇中)회장에게 가볍게 목례.이어 盧씨는 뒷자리 맨 왼쪽에 앉아있던 동부그룹 김준기(金 俊起)회장에게는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가 악수를 교환.盧씨가 또 금진호(琴震鎬)의원과 김종인(金鍾仁)전청와대경제수석에게도 잇따라 목례를하자 이들은 더욱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盧씨측 변호인인 김유후(金有厚)변호사는 金부장판사가 2차공판을 내년 1월15일로 결정하자 『검찰이 증거자료를 26일까지내면 그 방대한 자료를 복사하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재판일자를 연기해줄 것을 요구.
…법무부는 이날 盧씨가 서울지법 구치감에 도착할 당시 일반 형사피고인과는 달리 포승에 손이 묶이지 않은 사실에 대해 『구치소를 출발할 때에는 분명히 포승에 묶여 있었고 서울지법 구치감에 도착하기 직전 풀었다』고 해명.
…법원정문 밖에서는 일반 시민과 재야단체 회원등 200여명이『노태우를 즉각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쳐 한때 어수선한 모습.
민가협(民家協)회원 30여명은 이날 오전8시부터 정문출입이 통제되자 플래카드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다 盧씨의 호송차량이 지나갈때는 『민족의 역적 노태우』라며 욕설.또 5,6공때 민주화시위도중 숨진 이한열(李韓烈).강경대(姜慶大)군 의 유가족들이나와 법원 진입을 막는 경찰에 맞서 거센 항의.
李군의 어머니 배은심(裵恩深.57)씨는 『외아들이 군부독재를타도하려다 죽어갔다』며 『노태우가 처벌받는 것을 꼭 봐야겠다』며 오열.
…盧씨의 아들 재헌(載憲)씨는 오전9시23분쯤 최석립(崔石立)전경호실장과 함께 법원에 도착,정문에서 100여 떨어진 곳에서 하차해 법원으로 들어왔으나 취재진에게 떼밀려 20여분동안 곤욕을 치렀다.재헌씨는 『소감이 어떠냐』『어머니 김옥숙(金玉淑)씨가 오늘 아침 뭐라고 말하더냐』는 질문에 곤혹스런 표정으로『죄송하지만 아무 말씀 드릴게 없다』『말씀드릴 심정이 아니다』『제발 들어가게 해달라』고 하소연.
…오전9시35분쯤 盧씨의 동서 금진호(琴震鎬)의원이 승용차를타고 청사뒤 주차장 밖에 도착한 뒤 50여를 걸어 청사안으로 입장.굳은 표정의 琴씨는 쏟아지는 질문공세를 받자 법원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눈을 지그시 내리깔고 묵묵히 입 장.
민병관.김상우.김현기.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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