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나쁜 녀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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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비자금, 5.18 정치 드라마 등으로 돈 버는 곳은 방송국뿐이고 비디오 대여점에는 날아다니는 파리도 귀하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12월 들어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는데 볼만한 영화들이 많이 출시된 점이 가장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연중 가장 큰 대목이라는 연말연시까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 같다.
『코드명J』『저지드레드』에 이어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한 『나쁜 녀석들』은 넋을 빼놓을 만큼 재미있는 액션물이다.성격이 상반된, 입이 걸지만 미워할 수 없는 젊은 흑인 형사,매력적인 여자 증인,네온빛이 아름다운 도시의 밤 풍경,적절하게 삽입되는 슬로 모션의 압도적인 액션,신나는 음악,잘 짜인 각본,유쾌한 유머 감각등 경찰 액션물의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머리가 복잡하고 심란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때 잘만든 장면 CF 즐기는 셈치면 되겠 다.
페미니즘 영화 운운하며 개봉됐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일더미에 파묻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생활인으로서는 도무지이해가 가지 않는다.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외모와 학벌을 갖춘세 여자가 한결같이 남자 때문에 목숨을 끊을 만큼 불행해진다.
행.불행은 자신의 행동의 결과이지 누구 때문이 아니니,혹여 생각이 모자라 불행에 빠졌다면 술 마시며 수다떠는 걸로 위안삼지말고 혼자 떨치고 일어나는 그런 여자의 삶을 보았으면 좋겠다.
이미연의 자학적인 연기와 성적인 농담을 능청스럽게 해대는 심혜진의 연기는 현실감 있다.그러나 월드스타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는 강수연은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불행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부모가 있으면 있다고 원수같이 지내면서도 부모가 없거나 이혼한 경우에 는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 안달하는게 서양영화속의 부모.자식이야기다.자신의 출생 비밀을 찾아 복수하려는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아가씨.장 베케르는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킬링 오브 서머』에 이어 『엘리사』에서도 같은 소재를 다루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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