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사업 순항에 암초 重油제공 문제 새 변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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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연 미국은 매년 50만의 중유(重油)를 북한에 차질없이 제공할 수 있을까.공급협정 타결로 대북(對北)경수로사업 본격화의발판은 마련됐지만 북한에 대한 중유제공 문제가 경수로사업의 순항여부를 좌우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제네바 북-미기본합의는 핵동결과 경수로를 맞바꾸는 구도로 짜여져 있다.북한이 기존의 핵활동을 동결하는 대가로 미국은 경수로 2기 공급을 약속하면서 1호기 완공때까지 매년 50만의 중유를 덤으로 주기로 합의했다.이를 위해서는 매년 5,000만달러가 필요하지만 미국이 재원마련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제네바합의에 따라 미국은 이미 지난 10월20일까지 15만의 중유를 북한에 제공했다.따라서 매년 10월21일부터 1년 단위로 50만씩을 제공해야 한다.공급협정대로 경수로사업이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1호기 완공은 빨라야 오는 2003년으로 예상되고 있다.앞으로 최소한 8년간은 해마다 50만의 중유를 꼬박꼬박 갖다 바쳐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미국은 숨을 헐떡이고 있다.내년도 미국예산에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지원금으로 책정된 돈은 2,200만달러에 불과하다.2,200만달러 전액을 중유비용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KEDO운영비 분담금을 빼야하 고,현재 미국이 북한에서 하고있는 폐연료봉 처리경비도 빼야 한다.결국 중유대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은 900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미국은 나머지 재원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유럽연합(EU)과 동남아국가연합(ASE AN),중동국가들,호주,캐나다등을 상대로 마구 손을 벌리고 있지만 이득도 없는 일에 선뜻 돈을 내놓을리 없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백악관주인마저 공화당으로 바뀔 경우 예산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KEDO집행이사국인 한국은 경수로비용을 부담하면서 중유비용까지 낼 수는 없다고 버티고 있고 미국도 이 입장은 수긍하고 있다.따라서 결국은 일본이 상당부분 부담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유제공 약속을 못지킬 경우 경수로사업의 진행은 물론이고 북-미기본합의의 틀마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미국의 약속불이행을 이유로 북한이 핵활동을 재개하지 말란 보장이 없기때문이다.미국이 당장 내년분 중유재원 마련에 실 패할 경우 내년하반기중 북-미기본합의와 경수로사업은 일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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