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마녀 4명 설치는 날’ 증시 얼마나 요동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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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네 마녀의 심술은 얼마나 짓궂을까’.

국내 증권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4대 파생상품(주가지수 선물 및 옵션, 주식 선물 및 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12일을 앞두고서다. 파생상품 만기일만 되면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현물시장을 교란하는 일이 잦았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 만기일을 ‘마녀가 설치는 날’이란 뜻의 ‘위칭 데이(witching day)’로 부른다. 4월까지는 파생상품이 세 가지였으나 5월부터 주식 선물이 도입돼 6월 만기일이 4개가 겹치는 첫 ‘쿼드러플 위칭 데이’가 됐다. 파생상품 만기에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는 이유는 매수 차익 거래 때문이다. 현물과 선물은 이론적으로 일정한 가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현물이 이론 가격보다 싸졌을 때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현물을 사들인다. 이를 매수 차익 거래라고 한다.

선물 만기가 길게 남았을 때는 매수 차익 거래가 주가를 띄우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만기일이 되면 선물과 현물을 모두 청산해야 하기 때문에 매수 차익 거래로 쌓인 물량이 한꺼번에 현물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 더욱이 이번에는 파생상품 만기가 하나 더 늘었다.

9일 기준 매수 차익 잔액은 6조1683억원이다. 지난달 19일 7조4116억원까지 쌓였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물량이다. 하지만 이게 다 팔자로 쏟아지는 건 아니다. 상당 부분은 9월물로 만기가 연장된다. 교보증권 이우현 연구위원은 “현재 현물과 선물 가격차를 감안하면 3000억~4000억원 정도가 매물화되고, 나머지는 9월 만기물로 롤 오버(연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12일 외부 변수에 의해 주가가 급락한다면 프로그램 매물이 적더라도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클 수 있다.

현대증권 문주현 연구원은 “주식 선물은 아직 만기 연장 수단이 미흡해 대부분 청산될 공산이 크다”며 “전체 물량은 많지 않지만 청산되지 않은 물량이 많은 종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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