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일본, 닛산 만드는 황금콤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나카무라 부사장

“일본 사람의 정교함에 한국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보태니 세계 최고의 황금 콤비가 되더군요.”

이달 초 일본 도쿄에서 기자와 만난 나카무라 시로(中村白) 닛산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한국 인재의 우수성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는 “2002년부터 뽑기 시작한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닛산차의 디자인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한·일 협력으로 200%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평했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아츠기(厚木)시의 닛산디자인센터에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12명이나 일한다. 110명의 디자이너 중 10%가 넘는다. 외국인 디자이너(17명) 중의 절대 다수다. 올해도 한국 디자이너 신입사원을 한 명 뽑았다. 2002년부터 매년 적어도 한 명의 한국인 디자이너를 채용해 왔다.

나카무라 부사장은 “한국인 디자이너는 글로벌 감각이 있고, 일본인과 한 팀을 이룰 때에도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그 밖에도 한국 사람의 강점을 여럿 꼽았다. 디자인할 때 전체적 외관을 보는 눈이 좋고, 새로운 발상을 기존의 정교한 디자인과 어울리게 풀어낸다는 것. 특히 실내디자인에선 소비자 눈길을 끄는 감성 디자인을 접목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인다고 했다. 또 중국 등 다른 외국계 인력보다 일본어 학습 능력과 현지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본인 디자이너들은 헤드라이트나 라디에이터 그릴 등 섬세한 부분의 디자인 실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나카무라 부사장은 “한국인 디자이너는 해외에 유학해 글로벌 감각이 있는 교수들에게 창조와 테크닉을 모두 배웠다. 대학만 놓고 보면 교육수준이 일본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닛산은 앞으로도 매년 한국인 디자이너를 한두 명씩 뽑기로 했다. 닛산은 2005년 홍익대 미술대와 산업협동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닛산의 대표적 한국인 디자이너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닛산의 컨셉트카 ‘믹심’을 내놓은 유은선(27)씨와 양산 차의 외관 디자이너로 유명한 이운한(31)씨 등이 꼽힌다. 닛산의 한국인 첫 디자이너인 이씨는 현대자동차 디자인실에서 1년 근무하다 닛산으로 옮겼다.

그는 “닛산은 입사 연차보다 디자인 실력으로 경쟁한다는 점에서 한국인에게 기회가 많다”고 했다. 또 “한국인 디자이너에 대한 호감이 커 신차 프로젝트에 한국인을 앞다퉈 쓰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입사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와 인피니티 EX의 외관 디자인을 맡아 실력을 뽐냈다. 지금은 컨셉트카 디자인을 주로 맡는다.

나카무라 부사장은 영국의 디자인학교를 나온 유학파다. 픽업트럭 전문회사였던 일본 이스즈자동차에서 25년간 일했다. 그는 여기에서 승용차의 디자인을 가미한 혁신적인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디자인해 세계적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도쿄=김태진 기자

▶인물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