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러시아 총선 의의와 전망-예상결과및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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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러시아 총선은 6개월 뒤에 있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외에 새로운 정치세력을 등장시키는 계기로 간주되고 있다.
93년 12월 총선에서 약진한 공산당이 지난번 승리를 능가하는 승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과 극우보수세력인 「러시아 공동체 회의」의 약진 예상은 러시아를 맡을 정치세력의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개혁의 주체세력으로 자임했던 「러시아의 선택」등 개혁정당들과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의 「우리의 집 러시아」당 등이힘을 못쓰는 상황은 그동안 추진됐던 개혁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는점을 시사한다.
돌풍을 일으켰던 지리노프스키의 「자유민주당」이 지리멸렬하는 분위기 역시 변화를 예고하는 징조다.
때문에 새로운 정치세력이 총선을 통해 등장하게 되면 당장 대선 판도뿐 아니라 앞으로 4년동안 펼쳐질 개혁방향이 과거와는 다른 쪽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같은 정치권의 변화는 러시아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 때문이 아니라 장래에 대한 비관주의로 인해 촉발된 것이다.
공산당과 애국주의적 정당에 대한 지지증가는 다른 동구권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수년간의 개혁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희망 상실을 반영한다.개혁세력에 대한 불신이 정치적 무관심과 공산당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투표 불참및 투표참가 미정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45%선이다.때문에 이번 선거도정치적 무관심이 심했던 93년 총선(54.8%)때와 마찬가지로절반을 조금 넘는 사람만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 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정치판의 변화에 대해 「옐친대통령이 미소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크렘린은 이번 선거에 더 많은 당이 하원에 진출할수록,공산당이 더 승리할수록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하원에 소수당이 난립하면 그만큼 대통령의 의회지배가 쉽기 때문이다.또 공산당이 승리할 경우「러시아의 과거회귀」를 경고하면서 96년 대선에서 이를 호재로승리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성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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