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산책>"포스맨"-"원초적 본능"폴 베호벤 초기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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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거미의 생태중 가장 사람의 눈길을 끄는 것은 교미후 암거미가수거미를 잡아먹는 것.요부형의 여자를 거미에 비유하는 것도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이같은 습성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상영중인 『쇼걸』의 감독 폴 베호벤이 네덜란드에서 마지막으로 연출한 영화 『포스맨』(원제:The 4th Man)은 거미같은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에로틱 스릴러다.
베호벤 감독이 미국에서 연출한 『원초적 본능』에 비하면 구성이 덜 치밀하지만 유럽의 초겨울 날씨같은 음산한 분위기가 화면을 감싸면서 색다른 맛을 준다.
이야기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심리소설가 제럴드 리브가 작은 해안도시 플러싱의 한 문학애호가 클럽에 강연을 하러 가면서 시작된다.강연회가 끝나고 미용실을 운영하는 돈많은 여자 크리스틴의집에 묵게 되면서 그는 음모에 빠져든다.
크리스틴은 남자들을 유혹해 정사를 나누고는 죽음으로 몰아가는요녀.그녀는 이미 세명의 남자와 결혼했다 사별하고 네번째 남자를 찾고 있던 중이다.이때 크리스틴의 집에 헤르만이라는 청년이등장한다.리브는 네번째 남자가 자신이 아니면 헤르만이라고 확신하고 크리스틴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그리고 헤르만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준다.그러나 헤르만은 제럴드가 크리스틴과 그녀의 돈을독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여긴다.
결국 헤르만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크리스틴을 마녀라고 주장하는 리브는 정신병원에 수용된다.크리스틴이 제5의 남자를 만나 사라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베호벤 감독은 크리스틴이 남자들을 의도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는지 아니면 그녀의 팔자 때문에 남자들이 줄줄이 사망하는지 끝까지 의문으로 남겨둔다.미지에 대해 인간이 갖는 본능적인 공포를 그는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파리넬리』『카프카』등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친 제론 크라베와 관능적인 분위기의 소유자 르네 수텐디지크의 심리연기가 수준급이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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