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殺人고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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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스크바의 겨울에는 동사(凍死)외에도 주의할 것이 또 있다.
최근 한달에 160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동사보다위험도는 덜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이 있다.
「고드름」이 바로 그것.겨울철 러시아의 고드름은 『고드름,고드름,수정고드름』이라고 부르는 동요(童謠)적 고드름이 아니다.
한파와 함께 쌓인 눈이 낮에 태양을 받아 녹고 밤에 얼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 끝이 칼날처럼 예리하면서 굵은 「대형 흉기성」고드름이 만들어진다.이 고드름이 떨어지면서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한달사이에 6명의 행인이떨어지는 고드름에 찔리거나 맞아 목숨을 잃었다.사고가 나는 건물들은 우리나라 보통가옥처럼 양측으로 경사진 옥상을 가진 구형건물들인데 이 건물 대부분이 고층이어서 떨어지는 고드름은 흉기그 자체다.
사망외의 사고는 신고도 되지 않아 얼마나 되는지 집계도 안된다.사회주의 시절에는 법으로 지붕의 얼음을 청소하도록 건물관리인들에게 의무를 부과했으나 옛소련 붕괴이후 기강이 해이해지면서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위험도가 부쩍 높아졌다 .
사람들 뿐 아니라 차량들도 고드름 때문에 수난을 겪는다.
다리밑을 지나거나 지하통로를 지나가는 차들 역시 대형고드름이느닷없이 떨어져 앞뒤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 모스크바 운전자들의 얘기다.
모스크바의 겨울은 백설이 표표히 흩날리는 낭만의 겨울만은 결코 아니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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