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각출/ 갹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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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기성세대엔 영 어색하지만 젊은 세대엔 자연스러운 문화가 있다. 바로 더치페이 문화다.

젊은 사람들은 밥이나 술을 먹고 난 다음 돈을 각자 나누어 내는 걸 당연시하고 있다. 이렇게 돈을 나누어 낼 때 ‘각출’한다고 해야 할까, ‘갹출’한다고 해야 할까.

정답은 ‘둘 다 쓸 수 있다’이다. 그러나 ‘각출’을 쓰느냐, ‘갹출’을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각출(各出)’은 ‘각각 내놓음’, ‘갹출(醵出)’은 ‘같은 목적을 위해 여러 사람이 돈을 나누어 냄’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5만원의 밥값을 다섯 사람이 1만원씩 나눠 냈다면 ‘각출’한 게 된다. 그러나 좀 여유 있는 사람은 3만원을 내기도 하고, 돈이 별로 없는 사람은 5000원을 내기도 해 총 5만원을 거뒀다면 밥값을 ‘갹출’한 게 되는 것이다.

더치페이의 개념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단어는 ‘각출’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갹출’은 ‘나누어 냄’ ‘추렴’ 등의 단어로 순화해 쓰는 것이 좋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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