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하려면 하루 5잔 이상 마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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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차가 조류 인플루엔자(AI)를 억제하고 암을 예방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5일 서울 코엑스 장보고홀에서 열린 9회 국제 녹차 심포지엄에서 소개된 녹차의 효능들이다.

이날 미국 에모리대 의대 송재민 박사는 녹차의 카테킨(떫은 맛 성분)이 AI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숙주 몸(인간) 안에서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카테킨이 훼방놓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독감약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몸에서 바이러스가 증식되는 것을 억제하거나 바이러스가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는 치료약이라면 녹차의 카테킨은 예방약인 셈이다. 송 박사는 “녹차의 카테킨은 H1·H3·H9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모두 효과를 나타냈다”며 “기존의 독감약과 함께 쓰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녹차가 항암 식품으로 떠오른 것도 카테킨 덕분이다. 카테킨은 녹차에 10∼18%나 들어 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암을 예방하려면 녹차를 하루 5잔 이상 마시는 것이 좋다”며 “특히 흡연자·대기오염이 심한 지역 거주자 등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은 녹차 애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차의 항암 효과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78년부터. 녹차 산지인 일본 나카가와네 지역의 위암 사망률이 일본 전체 평균의 5분에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계기였다. 이 지역 주민의 녹차 하루 소비량은 5∼10잔으로 전국 평균의 5배에 달했다.

녹차의 카테킨은 발암물질이 유전자(DNA)를 손상시키는 단계부터 차단한다.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아플라톡신 등에 카테킨이 직접 작용해 사람의 정상 유전자와 결합하지 못하게 한다(일본 사가대 화학과 오카지마 교수 연구 결과).

이 교수는 “카테킨은 이미 손상된 유전자의 회복을 돕고, 암세포가 신생혈관을 만들면서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것도 막는다”고 덧붙였다.

녹차는 만성 위염이 위암으로 발전하는 것도 예방한다. 600여 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녹차를 즐기는 사람의 위염 발생률은 마시지 않는 사람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이날 카테킨 다음으로 눈길을 끈 것은 데아닌이란 녹차의 감칠 맛 성분이다. 일본 다이요화학 레크 주네자 박사는 “녹차에만 함유된 아미노산인 데아닌은 마음에 평온을 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며 “데아닌을 섭취한 뒤 40분 가량 지나면 심신이 이완됐을 때 나타나는 뇌파인 알파파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녹차엔 각성 성분인 카페인과 이완 성분인 데아닌이 함께 들어 있다. 커피를 많이 마셨을 때와는 달리 녹차는 다량 섭취해도 숙면을 취할 수 있고 흥분이 억제되는 것은 이래서라고.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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