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37.자유와 평등은 배타적인가 보완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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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유와 평등은 상호 배타적인가 보완적인가.』 남보다 많이 벌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면 과연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는가.국가가 특정 개인에게 누진세를 강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그만큼의 강제노동을 시킨 것과같은 것인가.
물론 누진세에도 명분은 있다.「있는 자」와 「없는 자」의 불평등한 관계를 다소나마 개선,정의를 실현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이 명분 아래서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어느정도 제한하는 것이정당화될 수도 있다.이같은 누진세 논쟁의 핵심은 자유와 평등의관계에 모아질 수 있다.이처럼 인간의 보편적 가치나 사회의 바람직한 이념에 관한 문제는 논술에서 비중있게 취급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위 논제에서 자유를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난 상태」,평등을 「어떠한 차별도 없는 상태」로 개념적 차원에 국한해 이해한다면 사회정의와 관련한 실질적 내용들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자유와 평등은 그 자체가 근대 자유민주주의의 출 현과 더불어등장.발전해온 이념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둘중 어느 하나를 과도하게 강조할 경우 나타난다.이에 해당하는 것은 초기 자유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의 입장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자유주의자들은개인이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마음 껏 추구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간주한다.따라서 비록 사회적 불평등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법적으로 보장된 개인의 자유로운 경쟁의 결과라면 결코 부정의한 것이 아니다.이런 까닭에 평등의 인위적 추구는 자유와 대립하는 것이다.
한편 사회주의자들은 자유라는 이름하에 조장되고 있는 개인의 무제한적 이익 추구가 결과적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초래,도리어 「없는 자」에게는 기회의 불균등,법앞에서의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이는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유가 「있는 자」에게만 자유일뿐 가난한 자에게는 자유가 아니라는 것이다.따라서 여기서는 강제적 수단을 써서라도 개인의 이익 추구 활동을 제한,사회경제적 가치의 평등 분배를 실현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로 등장한다.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상호보완하려는 제3의 이념에서 나타나고 있다.오늘날 복지국가의 이념이 되고 있는 수정자본주의 또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가 그것이다.이 입장이 채택하고 있는 보완 방식은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경제활동을 최우선 보장하되 여기에다 사회경제적 가치의 인위적인평등 분배를 가미하는 것이다.다시말해 「있는 자」의 몫을 그의자유 실현의 결과로 인정하는 한편,「없는 자」를 위해 그 몫의일정 부분을 강제 환수하는 것 이다.그러나 이는 진정한 의미의보완이기 보다 절충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회의 논제는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결과에 대해 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가」입니다.〉 서도식〈서울시립대강사.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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