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문패 바꾼 민자의 당내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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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자당은 이제 더이상 민자당이 아니다.민자당이 6일 신한국당(가칭)으로 재출범했다.정말이지 5년10개월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민자당이다.
그러나 신한국당(가칭)이라고 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모든것은 그대로다.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당장 전날 김윤환(金潤煥)대표의 사퇴파동을 겪었다.겨우 봉합됐다.그래놓고서 이름만 바꿨다고 달라지기는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다.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마디로 불투명하다.의원들의 동요는 여전하다.
신한국당(가칭)의 출범에 대해서도 대부분 냉소적이다.6일의 당무회의가 그것을 입증한다.
웬만하면 의원들의 축하와 다짐이 이어졌을 것이다.그러나 토론시간에도 의원들은 나서지 않았다.
고작 이세기(李世基)의원만이 몇마디 했다.그나마도 당으로서는아픈 얘기였다.
『병은 고치고 사람은 죽이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박수는 받고 표는 날아간다.』 작금의 정치상황을 두고 한 말이었다.회의가 끝나자 의원들이 李의원을 격려했다.『할말을 했다』는것이었다.꼴이 우스웠다.
그런가하면 이승윤(李承潤)의원이 6일 15대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그외에도 불출마를 고려하는 의원들은 한둘이 아니다.저마다 이유는 있다.그러나 그만큼 당선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것이다.물론 정치 자체를 그만두고자 하는 의원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김윤환대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는 전날 청와대 주례보고를 마치고 당사로 돌아와강삼재(姜三載)총장을 불렀다.그리고는 심하게 꾸짖었다 한다.쓸데없는 소리로 당을 어지럽히지 말라는 투였다.구 체적인 얘기도있었다 한다.얼굴이 벌개진 姜총장이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金대표는 우선 당에 대한 장악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그러나 그게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그러기 위해서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전폭적 지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그것은 말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그게 보장되지 않으면 金대표는 얼마 못가 또 흔들릴 것이다.갈등만 가중될 것이다.
金대표는 당 장악에 이어 동요의원들을 무마하려 한다.그 때문에 중진들의 힘을 빌릴까 한다.그래서 연쇄회동을 준비중이다.그러나 그 역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물론 한두명의 탈당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그러나 金대표가그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당장 이날 당무회의에 몇명의 당무위원들이 불참했다.전날 사표를 제출한 최재욱(崔在旭)조직위원장.강재섭(姜在涉)대구시지부장도 나오지 않았다.그들의 사의는 여전하다.金대표의 설득이 잘 먹혀들지 않는 것같다.이미 마음이 떠난 것같다.
그뿐만이 아니다.金대표는 공천문제도 정리해야 한다.당장 「물갈이」얘기에 대한 당의 확고한 입장을 수립해야 한다.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물갈이」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만약 金대표의 수습노력이 실패한다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갈 것이다.그래서 신한국당(가칭)의 앞날은 좀더 지켜봐야 전망이 가능하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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