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 행장이 재임했던 2004년 4월부터 3년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을 맡으면서, 은행의 자산을 68조원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월 말 현재 우리은행의 자산은 236조원으로 자산 1위인 국민은행(245조원)에 근소한 차로 따라붙었다.
이 내정자는 성장보다는 내실화에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는 수익성과 자산이 얼마나 건전한지가 은행 영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은행도 기업인 만큼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장(자산 증대)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임 행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해외 진출·카드사업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는 일도 급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가 금융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예고하면서 수개월 동안 사내 분위기가 많이 술렁였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노조 등이 환영하고 있는 것은 이 내정자의 복이다.
이 내정자는 “상업·한일은행의 통합 후 처음으로 내부 인사가 행장이 됐기 때문에 나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을 알고 있다”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에 이어 행장까지 한일은행 출신이 발탁됨에 따라 구 상업은행 출신의 불만을 달래는 것도 과제다.
우리금융은 한일은행 출신의 선후배가 회장과 행장을 맡으면서 행장에 다소 무게가 실렸던 박병원 회장-박해춘 행장 체제와는 달리 하나금융이나 신한금융처럼 회장이 장악력을 행사하는 체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