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정국-허화평 발언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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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당의 기류가 심상찮다.5.18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5공출신 인사들의 반발이 노골화되는등 내부 분화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자당 허화평(許和平)의원은 5.18특별법 제정을 「좌파세력의 음모」라고 주장했다.그는 『좌파들이 양심세력으로 위장해 12.12와 5.18을 투쟁고리로 삼아 이 나라를 키워온 보수우익에 일대 타격을 가해 정국주도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공격했다.대통령의 지시로 당에서 법제정 작업을 추진중이라는 것을 許의원이 모를리가 없다.
이에 대해 한 당내인사는 『許의원이 발언에 앞서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측과 사전조율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때문에 許의원의 발언이 여권내 5공핵심세력들의 조직적인 반발 신호탄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許의원의 발언은 당내에도 파장을 불러왔다.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이날 월례조회에서 許의원의 발언을 『이성을 잃은 망발』이라고 비난했다.姜총장은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세력은 우파고,왜곡된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는 세력이 좌파란 말이냐』고도 했다.姜총장은 12.12 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므로 관련자는 법대로 처벌될 것이라며 許의원을겨냥하기도 했다.그러나 許의원의 발언에 대해 姜총장과 다른 색깔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김윤환(金潤煥)대표위원은 『5.18문제는좌우의 대립으로 볼게 아니라 역사를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당의공식입장을 먼저 깔았다.그러면서도 그는 『민주정당에서는 다양한의견을 개진할수 있다』며 許의원의 발언을 대 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했다.
許의원의 발언을 놓고 민주계의 일전불사와 민정계의 끌어안기가엇갈리는 형국이다.
어쨌든 노태우(盧泰愚)씨 부정축재사건을 계기로 잔뜩 움츠렸던구여권인사들은 이제 불똥이 全씨에게도 번지자 더이상 침묵하지 않는 모습이다.全씨의 연희동 자택에는 5,6공 출신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있다.5.18특별법 제정방침에 대한 당내 반발도 許의원에서 그치지 않는다.全씨의 동서인 김상구(金相球)의원은 『공천에 연연해 全전대통령을 배신하진 않겠다』고 서슴없이 말했다.때문에 당 일각에선 5.18에 관련된 5공핵심인사들의 집단 이탈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일 고있다.반면 민주계 인사들은 『어차피 정리될 사람들』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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