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질서 발견,미래예측 불가능"-英 호킹교수 새이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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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주의 질서를 발견,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사진)교수는 최근 이러한일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새로운 이론을 발표,주목을 끌고 있다. 종래의 과학은 삼라만상이 자연법칙에 따라 정확히 움직이고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언젠가 모든 사물의 최소단위인 「미립자」의 위치와 운동속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날이 오면 우주의 운동법칙을 이해,과거와 미래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프랑스 철학자 라플라스의 이론이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신념처럼 여겨져 왔다.
양자론의 지평을 연 아인슈타인도 비록 우주의 질서를 확률론에입각해 설명하고는 있으나 『신은 주사위를 굴리지는 않는다』는 유명한 그의 말처럼 적어도 우주의 운동에 일정한 질서가 있을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호킹교수는 『신은 불행히도 주사위를 굴리고 있다』며 우주운동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획기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그가 이처럼 주장하는 근거는 먼저 양자론과 불확실성의 정리에따라 미립자의 운동 자체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즉 모든 미립자에서는 미약하나마 방사선이 뿜어져 나와 미립자의 운동을 무작위로 변화시킨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물질의 기본요소인 미립자의 운동자체를 파악할 수 없는상황에서는 우주의 질서를 파악하는게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호킹교수는 밝혔다.
두번째로 호킹교수가 제시하는 이유는 우주에 존재하는 블랙홀 때문. 별들의 폭발로 생기는 블랙홀은 빛을 포함,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엄청난 초중력의 공간이다.
그러나 그는 『거대한 중력에도 불구하고 블랙홀도 미립자와 방사선을 방출해 우주의 질서를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설명한다.
호킹교수에 따르면 우주 질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원리에 따라 블랙홀이 이들 미립자및 방사선을 내보내는지를 알아야 하나 이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블랙홀은 모든 것을 흡수하며 점차 작아지다 결국은 완전히 사라지고 마는 존재다.따라서 그안에 담겨 있는 정보도 블랙홀과 함께 실종돼 논리적으로 우주의 신비를 도저히 밝혀낼 수 없다는것이다. 결국 『신은 주사위 놀이를 즐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사위를 아예 볼 수 없는 곳에 던져놓아 우리를 혼란시키고 있다』는게 호킹교수의 결론이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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