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한그루 감나무가 주는 행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살맛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사건으로 호주머니 속에 단돈 몇만원도 없으면서 돈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진 것이 사실이다. 1억원도 우리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인데 몇십만원도 아닌 몇백.몇천억원이라니….
사회 전반에 번지고 있는 불신으로 이웃간에도 담을 쌓고 사는세상에서 사소하지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일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여덟가구가 살고 있는 다가구주택이다.이주택의 작은 마당은 나무 한그루없이 콘크리트로 발라놓아 너무도삭막했었다.
그래서 작년 봄에 우리 여덟집이 조금씩 부담해 감나무 한그루를 심었다.올망졸망 작은 철쭉이라도 몇그루 더 심고 싶었는데 공간이 좁다보니 감나무 한그루 이상은 심을 수가 없어 아쉬움이많았다. 올 가을 낙엽이 진 나무에는 아주 작고 귀여운 감이 여덟개 달려 있었다.지난 일요일 감을 조심스럽게 따 한집에 한개씩 나눠 가졌다.
시장에 널려있는 그 어느 감보다도 정겹고 단맛이 풍부했던 감한개씩을 손에 쥐고 어떻게 더도 덜도 아닌 여덟개냐고 웃었다.
내년에는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감이 16개,내후년에는 24개가나날이 커져가는 우리 이웃간의 사랑과 믿음인 양 주렁주렁 열릴것을 기대해 본다.
김민재〈서울동작구사당1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