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독재추방 중심세력-필리핀 가톨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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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필리핀 마르코스 정권은 「시민의 힘」으로 무너졌다.시민의 힘의 중심은 가톨릭 세력이었다.
필리핀 가톨릭 신자는 국민의 80%를 넘는다.70년대 초반까지 필리핀 가톨릭은 보수 색채가 짙었다.그러나 마르코스의 권력욕이 커지고 부패가 극심해지면서 가톨릭 내부의 반 마르코스 목소리가 서서히 높아졌다.
78년 결성된 기독교지역협의회(BCC)는 민주화 운동의 선도체였다.BCC는 반 마르코스 운동등 가톨릭의 현실참여에 앞장섰다. 필리핀 가톨릭 민주화운동에 빼놓을수 없는 인물이 하이메 신 추기경.필리핀 가톨릭의 대부인 그는 가톨릭 내의 보수세력과현실참여 요구를 융화시키려는 중재자였다.그는 80년대초까지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정치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비 판적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83년8월 아키노 전상원의원 암살로 신추기경과 가톨릭은 반정부투쟁을 선언한다.마닐라 시내 성당에서는 매일 정오 마르코스에 항의하는 종을 울렸다.
마르코스 몰락의 계기가 된 86년 2월 선거직후 가톨릭 주교회의는 『이번 투표는 유례없는 부정선거』라며 반정부 포문을 열었다.빼놓을 수 없었던 것은 바른 언론의 역할.가톨릭계 라디오방송 「베리타스」는 이름 그대로 진리의 목소리를 냈다.엔릴레 국방장관등이 마르코스에 반대하며 민주화를 요구할때 베리타스는 그들의 목소리를 온나라에 중계했다.고비마다 신 추기경은 베리타스를 통해 『정의의 편에 서자』고 호소했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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