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숙의 좋은 엄마 되기] 여섯 살 아이 지는 것 못 참아 할 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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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딸아이가 지는 것을 못 참아 해요. 유치원에서 영어 못하는 것도 짜증내고, 엄마보다 그림 못 그린다고 짜증내요. (이복례·34·경기 남양주)

승부욕이 있는 아이, 영리한 아이입니다. 이것저것 따지고 덤비는 아이, 우선 남보다 뛰어난 아이입니다. 보통 아이보다 더 예민하고 총명한 것이지요. 그런 아이 기르려면 대가를 더 치러야 해요. 명품을 사면 값을 더 내잖아요? 그리 생각하고 감사해하며 ‘명품 아이’를 보세요. ‘아, 요 녀석이 이런 것도 느끼는구나!’ 감탄하게 됩니다. 그러면 문제로 여겼던 아이의 나쁜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보여요.

세 살배기 제 아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 앞에 걸어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씩씩댔어요. 야단을 치니 더욱 오래도록 행악을 하기에 안아다 얼른 앞에 세워주었어요. 그제야 좋다고 웃으며 걸었지요.

똑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어디 외출하게 되면 아이를 먼저 준비시켜 나가게 도와주었어요.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면 아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다 하게 했어요. 다른 사람 뒤통수 보는 것을 못 견뎌 하더니 결국 선수도 아닌 아이가 전국소년체전 육상 금메달리스트가 되더군요.

아이 보고 “그림 잘 그리고 싶구나. 엄마가 잘 그리게 도와줄까?” 하며 말 걸어요. 너는 몇 살, 엄마는 몇 살인가를 도화지에 써 봐요. 밑에다가 엄마가 잘 하는 것, 딸이 잘 하는 것도 써 보세요. 나이 차이가 많지요? 그러니까 ‘엄마가 더 잘 하는 게 당연하다’ ‘네가 크면 너는 더 잘 할 거다’ 알려 주세요. ‘엄마는 너만 할 때 이런 저런 것도 못했는데 너는 한다, 컴퓨터 하기, 휴대전화 걸기….’ 차례대로 나열해 보세요.

그리고 ‘아이가 더 예쁘다’ 알려주세요. 그러면 아이도 ‘엄마만큼 나이를 먹으면 더욱 좋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갖게 돼요. 크면 자연스레 나아지는 것을 익히는 시간이기도 해요.

아이가 지기 싫어 짜증을 낸다면 거꾸로 부드럽게 ‘잘 먹고 잘 자야 너도 엄마처럼 자라서 그림을 잘 그리게 된다’고 생활 교육을 하는 기회로 활용해 보세요.

그래도 짜증은 좋지 않으니까 ‘예쁜 아이, 예쁘게 말하자’ 하고 말하세요. 아이가 짜증내지 않을 때까지 쉬지 않고 엄마가 되뇌어야 할 주문입니다. 차차 짜증 내지 않아요. 차라리 어쩌다 짜증 섞인 말을 하는 엄마에게 “예쁜 엄마, 예쁘게 말해야지”로 맞받아치는 아이로 큰답니다.

서형숙 엄마학교 대표

※자녀 교육과 관련한 상담을 받고자 하는 분은 사연을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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