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영의 글로벌 메뉴 이야기 ④ 뉴욕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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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봄, 뉴욕 소호 거리 구석에 있던 가죽 도매 창고 하나가 근사한 다이닝 룸으로 변신했다. 런던 출신의 레스토랑 전문가 케이스 맥넬리(Keith McNally)가 문을 연 프렌치 비스트로 ‘바서자(Balthazar)’다. 하얀 앞치마를 두른 웨이터를 비롯해 빨간 쿠션가죽 의자, 모자이크 타일 바닥, 벽면을 가득 채운 앤틱 거울이 프랑스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바서자 개점 당시 뉴요커들은 마치 꿈속에서 파리를 여행하는 듯한 몽환적인 조명과 19세기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다양한 와인리스트와 싱싱한 해산물 바, 베이커리 코너는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지금은 세계 각지로부터 온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음식 평론가들은 바서자가 뉴욕 레스토랑 문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뉴욕 매거진·뉴욕타임스·와인 스펙테이터 등 언론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서자가 성공을 거둔 것은 케이스 맥넬리의 끈기와 성실함 덕분이다. 그는 1975년 뉴욕에 정착해 다수의 레스토랑을 옮겨 다니면서 접시 닦기, 굴 껍질 벗기기, 웨이터, 지배인을 거쳐 다운타운의 한 레스토랑 매니저가 됐다. 1980년, 그의 첫번째 레스토랑 ‘오데온(Odeon)’을 시작으로 여러 레스토랑을 차례로 오픈하면서 경험을 쌓아나갔다. 1997년, 바서자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를 열었고 이후로도 세 개의 레스토랑이 추가로 문을 열고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그는 레스토랑의 흐름과 뉴요커들의 성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바서자의 ‘통후추 스테이크(Steak au Poivre)’를 재해석한 것이 파머스 베니건스의 ‘페퍼콘 스테이크’다. 블랙·그린·핑크 후추와 고수씨 등을 섞어 독특하고 강한 맛을 선사한다. 요리의 포인트는 호주 청정육을 천일염으로 살짝 밑간한 후, 양면에 후추를 골고루 입히는 것. 단 후추를 태우지 말고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흠뻑 두른 뒤 구워내야 매콤하면서도 고소하다.

노희영은...
최초의 퓨전 레스토랑 ‘궁’ 오픈 이후, 국내에 유기농 바람을 일으킨 주역. 유기농 퓨전 누들바 ‘호면당’과 유기농 델리 ‘반’을 기획·컨설팅했으며, 유기농 퓨전 레스토랑 ‘마켓오’를 개점했다. 현재 히노 컨설팅 대표이자 롸이즈온의 개발 담당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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