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산'외국은 어떻게 했나-아르헨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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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0년대 이후 군정및 독재체제에서 벗어난 아르헨티나등 몇 나라는 과거 청산을 철저히 해 성공한 반면 칠레등은 미온적 청산으로 여전히 문제의 불씨를 안고 있다.각국의 과거 청산과정을 소개한다.
[편집자註] 지난 83년 집권한 라울 알폰신 아르헨티나 민선대통령은 취임선서 3일만에 과거 군사정권 지도자들을 납치.고문등 인권유린 혐의로 재판에 회부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7년간 군사정권이 자행한 소위 「추악한 전쟁」이 도마위에 오른 순간이었다.
알폰신 정권은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군사정권을 단죄하면서군부와 아슬아슬한 대립에 직면했지만 군사정권의 잔재를 척결한다는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켜 나갔다.
군정척결에 대한 국민들의 전폭 지원을 받은 알폰신은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이들을 민간법원에서 재판받도록 조치했다.알폰신은 또 대통령령으로 특별검사제를 도입,수사에 관한 전권을 부여했다.검찰은 2년동안 호르헤 비델라.로베르토 비올라.레오폴도 갈티에리 등 군정 대통령 3명을 포함,전직 군장성및 경찰간부등 370명을 재판에 회부했다.기소건수도 모두 900건에 달했다. 알폰신 집권 2년동안 계속된 재판에서 비델라 전대통령과전해군사령관이 종신형을,비올라 전대통령이 17년형을 선고받았다.갈티에리 전대통령은 포클랜드 전쟁 책임으로 12년형을 선고받았다.이밖에 전직 경찰.군간부들에게 최고 25년형이 내려지는 등 「추악한 전쟁」 관련자들은 대부분 유죄판결을 받았다.
알폰신의 이같은 군정비리 척결 작업은 네차례에 걸친 군부반란을 초래할 정도로 어려움 속에서 진행됐다.이 과정에서 알폰신은86년 방위법안을 통과시켜 군부의 정치개입을 더욱 차단하는 한편 국민화합법을 제정,군부에 대해 화전 양면책을 구사했다.
군부가 남긴 유산을 청산하는데 전력을 기울인 알폰신 정권은 수천%에 달하는 인플레 등 만신창이가 된 경제를 유산으로 남기며 임기를 다채우지 못하고 89년 신예 정치인 카를로스 메넴에게 바통을 넘겨 주고 말았다.
메넴 정권은 군부와의 전쟁으로 기력을 쇠진시킨 알폰신 정권을타산지석으로 삼아 90년 12월 처벌받은 군정 지도자들에 대한사면령을 발표,군부의 칼날을 누그러뜨리는데 성공했으나 인권단체로부터 야합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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