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민주파괴에 위법 따질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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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5.18관련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결단했다.이 특별법의 제정 요구는 검찰의 올해 7월19일5.18내란「공소권 없음」결정후 사회 각계와 야당에 의해 강력히 제기됐다.아울러 이 법제정 관철을 위한 학생 과 시민의 투쟁이 계속돼 왔다.
따라서 특별법 제정을 金대통령이 결단한 것은 일단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하나는 검찰의 「공소권 없음」처분의 법리를 뒤집고 내란죄로 소추해야 한다고 판정한 것이다.
다음에는 시민이 요구하는 민주반역의 학살범죄인이자 헌법파괴자에 대한 응징 처벌이 적법하며 정당하다고 수긍한 것이다.후자에대해서는 꼬리를 붙여 金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관련해 논의할 수 있으나,여기서는 주로 법리론상의 문제를 중심 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 특별법 제정의 결단이 보도되자 5.18관련 당사자와 그 추종자들의 법리적 이의 제기의 핵심은 소급처벌 입법 불가론이다.그밖에도 이미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이제 새삼스럽게 뒤집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反)하는 것이고,정치적 보복이 아니냐는 것이다.
핵심적 반대론이나 신중론은 소급입법은 안된다고 하는 법리를 포장한 쿠데타 질서 수긍론이다.
여기서 먼저 검찰의 불기소 이유의 잘못은 무엇이며,이 법의 제정이 소급처벌 금지원칙에도 위반되지 않을 뿐더러 특별입법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지도 않다는 세가지 점을 밝히고자 한다.
지난 7월19일 검찰은 5.18내란죄는 성공한 내란(쿠데타)으로 그것이 새로운 정치질서와 법질서 창출의 계기가 돼 기정사실화된 것이므로 이에 대한 내란죄 기소는 검찰권한밖의 사항이라고 해 법원에 의한 재판의 기회마저 봉쇄해버렸다.
이에 대해 각계의 반대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결국 특별법 제정운동이 전개되기에 이르렀다.검찰은 장기간의 조사를 통해 내란과양민학살의 범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새로운 법질서 창출의 계기가 되었고,그로 말미암아 파생된 국법질서 의 형성이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니 이를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논리가 불법 부당함은 최고의 법가치(法價値)인 헌법질서를 파괴해도 성공하면 된다고 하는 힘의 논리를 수긍하는 법적 허무주의(法的 虛無主義)와 헌법 배반의 논리를 국법의 이름으로 끌어들이는 점에 있다.
하나의 법적 형식을 빌려악법도 법이고 따라서 힘은 정당하다고하는 정의의 포기를 인정하는 형식논리로 위장한 반민주적(反民主的)궤변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따라서 검찰불기소 법리를 백지화하는 이번 특별법제정의 결단은 타당하다.
다음으로 특별법 제정은 소급입법 금지원칙에 저촉하는가.내란주동 당사자측의 이의제기의 유력한 근거가 바로 이 법리다.본인은그러한 주장이 말도 안된다고 본다.먼저 소급입법 금지는 정상적인 시민생활이 영위되고 있을 때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내란행위와 같은 행위시의 분명한 민주반역의,헌법 파괴의 주범들에게 불소급론은 변명거리로서 논거가 될 수 없다.특히 군병력을 사병화(私兵化)한 내란행위는 민주질서 파괴 행위로서 그 행위의 극악한 위법성의 문제는 애당 초 따질 것도 없다.적어도그 내란의 주동자들이 집권하고 있는 기간에는 소추가 불가능하므로 공소시효가 중단돼야 한다.여기서 참고가 되는 입법 예로서는국가반역과 반인도(反人道)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한 독일과프랑스의 입법이 있 다.
끝으로 소급입법에 대한 시비를 막기 위해 개헌(改憲)을 하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그런데 개헌까지 할 필요가 없는 것은위에 지적한 것으로 봐서도 분명하거니와 만일 개헌논의에 말려들면 헌법을 파괴한 반역자들이 시간끌기와 법리논쟁 으로 국론을 혼란에 몰아넣는 술책에 말려들게 된다.따라서 그러한 소모적이고불필요한 법리논쟁은 뚜껑을 열지 못하게 경계해야 한다.
(동국대교수.헌법학) 한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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