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민항에 날개 달아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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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스타항공이 도입할 보잉 737NG에 회사 로고를 그려 넣은 모습.

무역회사 ‘전북통상’ 대표인 이성조(47·전주시 송천동)씨는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농산물 수출상담을 위해 매달 한두 차례씩 유럽·미국행 비행기를 타는데, 그 때마다 새벽에 일어나 3~4시간 걸려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북도민들은 언제까지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느냐”며 “기업하기 좋은 곳이라는 말만 내세울 게 아니라 하루빨리 민항기를 띄우는 등 실적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도민들은 해외 여행 때 다른 지역 주민들보다 10만원 정도의 비용과 시간을 더 부담한다. 전북발전연구소가 지난해 14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비행기를 타는 해외 여행객은 95% 이상이 인천공항을 이용한다. 인천까지 교통비는 왕복 5만원이며, 여기에 6~8시간의 시간편익 비용이 붙는다. 시간당 교통편익 비용은 업무 여행(9306원)과 비업무 여행(3042원)을 구분해 계산했다.

이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2.5%는 2003~2006년 1회 이상 해외여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전북도민은 해외여행 때한 해에 140억~230억원을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

전북지역 민항이 취항을 서두르고 있다. ‘항공 오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북도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다른 지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저가 항공사를 설립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군산시와 신한·하나은행 등이 자본 참여를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10월부터는 시범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행기는 170석 규모의 보잉 737NG 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 곧 항공기 사전 인수 검사를 한 뒤 다음달 중순 영국 글로브스탠사와 구매 계약을 체결한다. 정기항공 운송사업 면허신청은 9월 중 낼 계획이다.

이 회사는 비행기를 2010년까지 5대로 늘릴 계획이다. 조종사 26명을 이미 뽑아 놓았다. 최근 민항이 잇따라 설립되면서 대부분 조종사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전북도의 투자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지자체가 참여하면 항공기 운항 증명 신청 때 가점이 붙고, 비행기 리스 계약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양해구 사장은 “새만금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고 국제해양관광단지가 개발되는 등 성장 가능성이 높아 지역민항이 시급하다”며 “전북도와 김제·전주시 등 주변 지자체가 참여하면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민항 설립 경쟁=부산지역 상공인들이 설립한 ‘에어부산’은 10월 비행기를 띄운다. 2009년 하반기 취항 계획을 1년 앞당겼다. 먼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중대형 항공기 3대를 임대해 부산~김포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항공기를 추가 확보해 부산~제주는 물론 부산~일본, 부산~중국 등 동남아시아로 노선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천시는 2009년부터 동북아 시장을 겨냥해 에어버스 5대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안상수 시장은 이달 초 싱가포르 교통재무부 장관을 만나 저비용 항공사를 설립하기로 합의문을 교환했다. 인천시는 내년 초 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목표 아래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전시도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항이 반드시 필요하며 지역항공사를 만들려 한다. 청주공항이 있지만 중국·제주 노선에 한정돼 불편이 크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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