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확 올랐지만 제품 경쟁력으로 버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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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값 급등에도 국내 기업의 1분기 평균 원가부담률은 되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거래소 법인 중 39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인 원가부담률은 79.96%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31%포인트와 1.46%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4분기 연속 80%가 넘었다.

상장사협의회 신미숙 대리는 “원가부담률이 내려간 것은 기업이 효율적 비용절감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버텨내고,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원가 부담을 가격에 전가시켰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도 대부분 한 해 전에 비해 원가 부담이 줄었다. 특히 전기전자와 자동차·조선 등이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은 각각 3%포인트 넘게 뚝 떨어졌다.

전기전자는 유가 상승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데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가격이 사실상 올라간 덕을 봤다.

운수장비는 전통적으로 원자재 값 상승을 제품 가격에 쉽게 반영할 수 있는 편이다. 10개 주요 업종 가운데 원가부담률이 올라간 것은 유가·곡물가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 화학(1.75%포인트)·음식료(0.66%포인트) 두 개뿐이었다.

올 1분기에는 대기업 계열사와 나머지 회사를 가리지 않고 원가부담률이 줄었다. 5대 그룹 계열사(26개)는 직전 분기에 비해 1.14%포인트 줄어든 77.48%, 나머지 회사는 1.53%포인트 낮아진 82.44%였다. 특히 5대 그룹 계열사는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 연속 원가 부담이 줄었다.

그룹별로는 LG(74.85%)가 올 1분기 원가부담률이 가장 낮았다. 이어 삼성(75.85%)·현대차(81.29%)·롯데(81.3%)·SK(81.51%)순이었다. LG는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덕에 원가부담률이 9.39%포인트나 줄었다. 삼성도 삼성SDI·삼성중공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 3.01%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롯데는 호남석유화학 등의 원재료비가 급증해 4.99%포인트 늘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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