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盧前대통령에 유엔서 한국지지 약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북한은 옛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를 시작했을 때 안절부절 못했고한국의 노태우(盧泰愚)대통령과 90년 처음 만났을 때 한반도의평화적 통일을 위해 지지해줄 것을 약속했다고 미하일 고르바초프옛소련 대통령이 그의 회고록『삶과 개혁』을 통해 밝혔다.
6백쪽 두권 분량의 그의 회고록 가운데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해시작된 한반도관계 부분을 요약한다.
『내가 공산당서기국의 농업부문을 담당했을 때 이상한 일을 발견했다.남한,특히 일본과의 관계는 모두 북한지도부의 정책에 의해 실질적으로 좌우된다는 점이었다.86년 10월말 김일성(金日成)이 소련을 방문했는데 당시 양측은 주변상황의 변화에 맞춰 상호관계를 발전시킨다는 점이 이미 천명됐었지만 북한은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해 걱정하는 것 같았다.
金은 나를 평양에 여러번 초대했지만 시간이 없어 못갔다.88년 5월4일 나는 크렘린으로 부총리겸 외교부장인 김영남(金永南)을 초대했다.그는「신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했지만 나는 정중히 그러나 단호하게「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평양은 현실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후 북한은 「한반도에서 상황이 복잡해질 경우 소련은 협정에따른 의무를 다할 것인가」라고 문의해 왔다.소련은 「평양의 지도부가 평소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한 대로 (남한에 대한) 실질조치를 취한다는 전제아래 의무를 다할 것」이 라고 통보했다.한국과의 관계가 시작됐을 때 북한은 소련과 한국의 관계를 망치려는 시도도 했다.그러나 나는 인권을 무시하는 독재자와 군사통치자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91년 제주도에서 만난 노태우대통령은 한국의 평화적 통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소련이 유엔안보리에서한국을 지지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