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2년연속 도전 71세 최고령 이근복할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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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71세 할아버지가 지난해에 이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2년연속「수능 최고령 응시자」가 되는 만학의 노익장을 과시했다.
22일 서울 한성중 시험장에서 손자 또래의 수험생들과 함께 장장 360분 동안 진땀흘리며 답안지를 채우고 나온 이근복(李根福.사진.1924년생.서울마포구아현2동)씨가 그 주인공.
『농대에 진학해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는 일에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은데 올해도 성적이 신통찮은 것같아 걱정입니다.』 지난해 한의대 진학의 꿈을 불태우다 학비가부담스러워 농대로 방향을 전환했으나 저조한 시험성적(50여점)때문에 지원을 포기했던 李씨는 올해는 가능하다면 지방 전문대라도「기꺼이」가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강화에서 소농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라고는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평생을 머슴살이.막노동 등으로 살아오던 李씨는 슬하의 4남이 다 가정을 이룬 뒤인 지난 88년 『더 늦다간 평생가슴에 맺힌 「못배운 한」을 풀지 못하고 죽겠다 』는 생각에 64세의 나이로 배움의 길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품을 팔고 밤에는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는 주경야독(晝耕夜讀)3년만인 91년부터 92년까지 李씨는 국졸.중졸.고졸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했다.
李씨의 부인 나귀랑(62)씨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 하루종일일하고 지친 몸으로 혼자 공부해 총기있는 젊은 학생들과 경쟁이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만 본인이 하도 열심이라 말릴 수도 없었다』며 『다리가 불편해 시험장까지 배웅도 못가 고 도시락만 싸서 혼자 보냈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이날 수능시험 응시생중 여성 최고령자는 양금직(62.강원도춘천시요선동)씨,최연소자는 곽장수(13.서울구로구구로동)군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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