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발 다가선 보스니아평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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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1일 보스니아 평화협정 가조인은 보스니아내전(內戰) 평화 해결의 한가닥 희망을 보여준 반가운 소식이다.44개월간 계속된내전은 사망 25만명,난민 200만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내전 당사자들은 모처럼 합의한 평화협정을 철저히 준수함은물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인내심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한다. 이번 협정은 보스니아를 단일국가로 유지하되 보스니아-크로아티아연방과 세르비아공화국으로 양분(兩分)하고 사라예보를 통합수도로 정했다.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며,인종청소 등 범죄를 저지른 전범(戰犯)들은 정치에서 배제하 기로 했다.이로써 주요쟁점 네가지중 두가지는 해결됐다.나머지 두가지,즉 영토 획정(劃定)문제와 평화유지군 파견문제는 미해결이다.
영토문제중 세르비아계의 바냐루카 비무장화,고라주데 등 유엔안전지대의 장래,세르비아계 영토를 동서로 잇는 브르치코회랑 확대 등 민감한 사항들은 합의를 보지 못했다.다음달초 파리에서 있을공식서명 전에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정은 큰 의미가 있다.단명(短命)으로 끝났던 과거 두차례 평화협정과 달리 성공 가능성이 크다.그이유로 내전 당사자들의 전투 의욕이 크게 떨어진 점을 우선 지적할 수 있다.여기엔 미국의 역할이 컸다.그동안 방관자 입장이었던 미국은 지난 8월이후 세르비아계에 대한 압박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정력적 왕복외교를 추진해 지난달 휴전을 성사시켰으며,이번 평화협정 체결에 성공했다.93년 팔레스타인 자치협정성사에 이은 두번째 클린턴 외교의 승리로 평가된다.그러나 다국적 평화유지군에 미군 2만명을 참가시키는 문제는 정치적 부담이될 수 있다.
발칸반도는 유럽의 뒷마당이다.발칸의 불은 유럽으로 옮겨 붙는다.제1차 세계대전이 그것을 증명한다.발칸평화는 곧 유럽평화며,유럽평화는 세계평화로 연결된다.보스니아사태가 평화 해결의 길을 찾았다는 소식에 우리가 안도(安堵)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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