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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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상운은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저게 지상운의 무상 심법이에요.창조성을 최고도로 발휘할 때 하는 버릇이죠.저 상황에서 지상운은 철저하게 마음을 비우고모든 것을 흡수해 들여요.그리고는 철저히 본능적 감각에 따라 행동하죠.생각과 의도없이 동물적인 본능적 감각에 따라 일을 진행시켜 나가지만 현실과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죠.그의 창조의 비밀이죠.그가 무상 심법을 쓴 것을 보면그는 당신을 시험에 옭아맬 자신이 선 것 같아요.』 민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건 이상하군요.저 사람은 분명히 나를 포기하고 앞으로 다시는 나와 얘기 안한다고 했는데….』 『그는 한 번 노린 먹이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요.아무리 어려운 난관이 있더라도 겁을먹고 물러나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지요.미지의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 그런 집요함이 없었다면 저렇게 뛰어난 발명가가 되지는 못했을 거예요.앞 으로 겪어보시면 알겠지만 이제부터 그의얘기는 수시로 바뀌어요.본능에 따라서만 행동하기 때문에 이미 사람의 원칙이나 윤리는 철저히 무시돼요.아무튼 큰일났어요.지금우리가 하는 얘기까지 모두 받아들여 다음을 계획할텐데….』 『당신은 마치 그의 본능이 우리를 지배하기라도 할 것처럼 말하는군요.』 『사실 그래요.저렇게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철저히 본능을 발동시키는 그를 따라갈 자는 아무도 없어요.지금 그의 마음상태는 마치 명경지수처럼 맑고 아무런 한 점 의혹도 없을 거예요.』 『채영,나에 대해 많이 연구했구나.』 지상운이 조는 듯 미소지으면서 말했다.채영은 못들은 척 민우에게 말했다.
『앞으로 저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든 말려들어서는 안돼요.저사람의 말에 흔들리면 곧바로 정복당하고 말아요.』 『이해가 안되는군요.그렇다면 저 모습은 본능 그 자체의 모습이란 말이오?사람이 자기 의식을 모두 지우고 무의식의 모습으로만 나타난 거란 말이오?』 『정신의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래요.당신이 정 제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총을 들어 그를 쏴보세요.』 『믿을 수가 없소.
본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총알을 피할 순 없소.본능에의지하고 사는 동물들도 총알에 맞아 죽곤 하지 않소.』 민우는반신반의하며 구석에 놓인 총을 들어 그의 이마를 겨누었다.
『아냐,아무래도 이마는 위험해.즉사할 위험이 있거든.』 그러면서 민우는 다시 상운의 팔을 향해 겨누었다.그러나 상운의 손이 어느새 다가오더니 민우의 오른손을 비틀고 교묘하게 권총을 앗아갔다.
글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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