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아세안 주도권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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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사카(大阪)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를 계기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지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주도권 다툼이 노골화되고 있다.
대회 폐막일인 19일낮 태국측의 제의로 열린 ASEAN 6개국및 한.중.일 3개국의 비공식 경제각료회담은 아시아지역에서의주도권을 노리는 일본이 태국을 부추겨 주선한 자리로 알려졌다.
미국이 배제된 이날 회담에는 우리나라의 박재윤(朴在潤)통상산업부장관과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통산상등이 참석했으며 미키 캔터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는 이날 회담에 대해 『미국이 포함됐으면 더 생산적이었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회담은 표면상 내년 3월에 태국에서 열리는 ASEAN과 유럽연합(EU)간 정상회담(ASEM)의 의제를 논의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으나 한.중.일 3개국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 말레이시아의마하티르 총리가 제창한 동아시아경제회의(EAEC )의 「모의회담」성격이 크다.
미국은 EAEC구상에 대해 『ASEAN을 양분하는데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으며 일본도 그동안 미국을 의식해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이 때문에 거대한 북미시장과 미-일안보조약 등 미국과의 밀접한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감안하지 않 을 수 없는일본이 ASEAN 일부 국가를 내세워 주도권강화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은 19일 오전 ASEAN 6개국과 각료회담을 열고ASEAN이 이미 창설에 합의한 ASEAN 자유무역지대(AFTA)의 가맹국들이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가입한 미국.
캐나다.멕시코와 내년에 미국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두 블록간협력방안을 논의하자는데 합의했다.이 회담 역시 ASEAN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의식한 미국의 움직임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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