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車가 더 안전하다" 英교수,역설의 논리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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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런 차를 상상해보자.차체는 마분지로 돼있고 유리대신 셀로판지를 바르며 안전벨트와 에어백은 없다.그런가 하면 계란을 넣는박스로 사이드 임팩트바를 대신하고,앞범퍼에 연료통이 있는 차.
또 운전석에는 가슴부위를 지나는 철조망을 달고< 어린이는 뒷범퍼에 만든 좌석에 태운다면….차 어디를 뜯어봐도 안전한 곳이 없고 위험투성이인 것같다.
최근 영국의 자동차전문지인 『95CAR』가 디자인한 신모델(?)이다.주제는 「이런 위험한 차는 안전하다」는 것.
대뜸 『에어백.ABS.트랙션컨트롤시스템(TRS)을 달아도 시원치않을 판인데…』라며 눈총이 있을법 하다.그러나 황당한 모델속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일면이 없지않다.
「위험한 차」의 역설은 요컨대 이렇다.
차가 위험할수록 운전자는 조심조심 운전한다.때문에 안전하다는것이다.그 역도 성립한다.
즉 차가 안전할수록 운전자는 보호막을 믿고 더 거칠게 운전한다.때문에 더 위험해진다는 것이다.과연 어느 쪽이 더 「위험한차」일까.
이 역설을 내세운 사람은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수송과 위험문제를 강의하는 존 애덤스교수.애덤스교수는 통계수치까지 인용한다.영국에서는 지난 89년 14세이하 어린이가 뒷좌석에 앉을 때 안전벨트를 매도록 하는 법이 도입됐다.
그 런데 그뒤 뒷좌석에서 숨진 어린이는 10%,또 다친 어린이는 12% 증가한 것으로 교통부 통계에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애덤스교수는 『안전벨트를 맸으니 어린이가 안전할 것으로 운전자가 믿고 거칠게 운전해 많은 사고가 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통계도 있다.94년 영국 도로사고 사망자는 3,650명으로 26년이래 최저치.하지만 중경상자는 3%,차에 탔다가중상을 입은 사람은 5% 각각 늘었다.
이 통계는 안전장치의 일반화에도 부상자가 줄지 않는다는 점을보여준다.말하자면 「안전한 차가 위험하다」는 이상한 논리가 가능해진다.
자동차 안전장치에 점차 관심이 높아지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여기에 있다.첨단 안전장치를 아무리 많이 해도 난폭운전.과속을 일삼는다면 「마분지차」보다 위험하다는 말이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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