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내사랑 유미" 주인공 탤런트 박은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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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먼곳에서 날 부르는 북소리를 참을 수 없어 여장을 꾸렸다.
」 채워지지 않는 작가적 허기를 달래기 위해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수년간 방랑했던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 『먼 북소리』에서 이렇게 썼다.
방송 달포를 맞은 KBS-2TV일일극 『내사랑 유미』의 주인공 박은영(26)도 마음속 빈곳을 채우기 위해 훌쩍 여행을 떠나곤 하는 자유파 신세대 아가씨.
지난 7월 그녀는 1년반에 걸친 유럽.미국 여행 끝에 서울로돌아왔다.그리고 2개월뒤인 9월18일 「유미」역으로 TV에 복귀했다.자기충전을 위한 휴가였다지만 인기를 먹고사는 연기자로서는 부담이 큰 기간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그녀 의 반응은 정반대다. 『90년 데뷔한 이래 4년내내 자신을 채워볼 기회가 한번도 없었어요.모처럼의 여행에서 「세상사람들은 똑같구나.일하고,쉬고,친구를 만들면서 사는 거구나」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어요.어떤 인기도 아깝지 않은 좋은 배움이었다고 생각해 요.
』 여행을 하면서 세상의 두터움과 땀흘려 번 돈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그녀.그래선지 언행과 연기가 한결 편안하고 안정됐다.
드라마에서 유미는 밤에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낮에는 직장에 나가는 신혼 캐리어 주부.대가족 가정에 스스럼없이 잘 적응하면서도 자기일을 딱 부러지게 챙기는 모습이 신세대주부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세대 얘기 나온게 한 4년전이니까 이젠 신세대도 결혼할 나이가 됐죠.「서로 다름」과 개성을 소중히 여기는 세대인 만큼시집가서도 그 집의 가풍을 존중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어요.』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그녀는 『맨발에서 벤츠까지』이후 중단해온 영화에 나가 브라운관에서 눌러온 끼를 발산하고 싶다고.착하기만 한 TV상의 이미지를 180도 뒤집을 수 있는 악녀역이 꿈이란다.한바탕 신명나게 일해야 다음 휴가가 즐거 울 것 같다는 그녀의 눈에 문득 바다가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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