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각오한듯 표정담담-盧씨 연희동 출발.검찰도착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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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 대한 2차소환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15일 대검청사엔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盧씨 구속을점치는등 긴장감이 감돌았다.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盧씨가 대선자금과 관련,폭탄선언을 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검찰도착=盧씨는 오후2시48분쯤 대검찰청 현관에 도착,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한 뒤 대기하고 있던 윤주천(尹柱天)대검 사무국장의 안내로 청사안으로 들어갔다.
盧씨는 승용차문이 열리자 여유를 찾으려는듯 곧바로 내리지 않고 손으로 얼굴을 한번 훔친뒤 하차.1차소환때와 달리 화장을 하지 않은 탓인지 볼 주위가 벌겋게 상기돼 수척해 보이는 모습. 盧씨는 1차소환땐 『국민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으나 이 날은 한마디 말없이 걸어들어가 청사 현관에서부터 귀빈용 엘리베이터까지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盧씨는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구속될 각오는 돼 있습니까』『대선자금을 밝힐 겁니까』등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잠시 띠었을 뿐 묵묵부답.盧씨는 11층 특별조사실로 올라가기에 앞서 7층 안강민(安剛民)중수부 장실에서 김유후(金有厚)변호사가 배석한 가운데 잠시 티타임을 가졌다.
安부장이 『이번 기회에 모든 의혹을 다 밝혀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하자 盧씨는 『너무 여론이 원하는대로 맞춰 하다보면 나라가 불행해지는 경우도 있다』라고 뼈있게 응수.
盧씨는 이날 구속을 각오한 듯 시종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카메라플래시가 터지는 취재라인을 통과할 때는 만감이 교차하는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연희동 출발=검찰에 출두하기 위해 盧씨가 연희동 집을 출발한 것은 2시32분.짙은 감청색 싱글.흰색 셔츠로 깨끗하게 차려 입었지만 얼굴에는 한달여 동안의 감금생활(?)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盧씨는 또 차에 오르기까지 계속 웃음 띤 얼굴로 측근들의 배웅을 받는등 애써 여유를 가지려는 모습이었다.
1차소환때와 마찬가지로 장남 재헌(載憲.30)씨와 동생 재우(載愚)씨등이 문밖에서 盧씨를 배웅.盧씨는 재헌씨의 손을 잡고몇마디 건넨뒤 차에 탔으며 재헌씨는 45도 각도로 고개숙여 인사. 盧씨와 최석립(崔石立)전경호실장을 태운 그랜저승용차와 경호차량 세대는 1차소환때와 다른 노선으로 대검청사까지 16분만에 주파.
20여대의 취재차량이 盧씨 일행의 차를 따라잡기 위한 추격전을 벌여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盧씨 일행은 경찰의 신호등 조작에 힘입어 시속 130㎞로 달린 반면 연희동을 함께 출발한 언론사 취재차량은 신호등에 막혀 추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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