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PEC 성공.발전에 힘쏟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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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보고르에 모인 18개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원국 정상들은 늦어도 2020년까지는 APEC역내 무역과 투자자유화를 달성하자고 합의하고 이와같은 합의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 다.구체적인자유화시한은 선진국의 경우 2010년이었고,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2020년이었다.
오는 19일에는 일본 오사카(大阪)에 이들 정상이 다시 모여보고르 공동선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방안을 제시하는 APEC행동지침을 채택할 예정이다.이에 따라 오사카 APEC 정상회의가 임박해지면서 「행동지침」이 담을 내용에 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 고조되고 있다.그중 가장 주목되는것은 약속된 자유화의 추진에 있어 일부 부문,특히 농업에 대해예외적인 신축성을 허용해줄 것이냐의 여부다.
15~16일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APEC통상장관회의에서는 이점에 관한 진통이 예상된다.이에 대해 우리정부는 최대한의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입장을 채택한 바 있지만 이러한입장을 우리는 얼마나 완강히 밀고 나가야 할까.
우리의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을고려하고 상호 조화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첫째,APEC은 지금 아태경제공동체라고 하는 공동목표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회원국들간 실질적 정책협력체로 발전해 나갈 수있을 것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기로에 처해 있다.이 기로에서의 향방은 오사카 정상회의가 과연 구체성있고 실천성 있는 행동지침을 채택할 것인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그렇지 못할 경우APEC지역의 지도자들은 그들의 지도력을 의심받게 되고 끝내는APEC 자체의 와해가 초래되기에 이를 것이다.
둘째,무역및 투자의 자유화와 관련해 한부문에 대한 예외 요구는 다른 부문에서 예외에 대한 요구를 불러일으키고,그 결과 전체적 자유와 목표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자유화의 추진이 포기되는 경우 경제공동체 추진 기반과 APEC의 존재이 유를 상실한다.이러한 이유로 일본과 우리의 완강한 요구는 자칫 APEC 자체의 와해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셋째,우리의 국익은 APEC이 실질적 정책협력체로 발전하는데있다.우리의 대외적 경제관계의 70% 이상이 APEC 회원국들과 이뤄지고 있으며,APEC이 실질적 정책협력체로 발전하는 경우 우리는 이들 APEC 회원국들과 협력함에 있 어 1대1의 쌍무적 교섭뿐 아니라 APEC을 통한 다자적인 교섭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그중 특히 미국.일본.중국.러시아등 강대국및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같은 연합체를 상대로 한 협상력을 보강하는 길로는 APEC을 활 용하는 방안 이외의 대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21세기에 특히 우리의 인접국인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가로 등장할 것을 예견해 볼때 APEC은21세기를 향한 우리의 생존수단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넷째,이미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결과로 21세기초까지 농산물을 포함하는 국내 시장의 개방일정을 채택한 바 있고,수년내로는 2020년까지의 추가적인 상호시장 개방일정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차원의 또다른 다자간 국제무역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이에 따른 무역과 투자의 지속적 자유화,우리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산업화,그리고 지금 추진되고 있는 국토종합 개발노력의 결과로 21세기 우리 농촌경제의 모습은 지금과 매우 다를 것이다.이상과 같은 몇가 지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오사카회의에서 농업에 대한 신축성을 요구하더라도 정상회의의 성공과 APEC의 발전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내에 머무르도록하고 특히 회의의 성공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신축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교 통개발연구원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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