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대학야구팀은 어쩌란 말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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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강문길 단국대감독은 요즘 죽을 맛이다.지난 1년간 공들여 스카우트한 고졸 유망주들이 하나 둘씩 프로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서다.간판투수로 키울 이경원(충암고)과 외야수 이호균(배명고)이 14일 LG와 계약을 했고,중심타자로 만들 예 정이었던 장성호(충암고)는 이미 10월 해태와 계약을 해버렸다.세 선수는모두 계약금 1억원,연봉 2,000만원의 조건에 프로 유니폼을입었다.대학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죽을 맛인 것은 강감독뿐만이 아니다.대학감독 모두가 가등록 해놓은 선수가 프로로 튀어버리는 통에 잠을 못이룰 지경이다.프로측과 합의해 놓은 스카우트 마감시한 15일은 1차고비일 뿐이다.22일 수능시험이 끝나봐야 안다.대학에 오겠다 고 해놓고 고의로 수능시험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아니 그리고 나서합숙을 하다가도 프로로 튀는 경우도 있다.
결국 대학감독들은 「대학에 가등록한 고교선수가 가등록을 무시하고 프로에 입단했을 때 해당 고등학교 선수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일절 스카우트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13일 다시한번확인했다.고교선수를 둔 부모측에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다.
현재 아마와 프로의 협정은 일방적으로 프로에 유리하게 돼있다.아마측이 기댈 수 있는 것은 「프로의 양심」밖에 없을 정도다.하지만 이기는 게 모든 것이 돼버린 프로에 양심을 기대하는 것조차 무리다.
고교선수가 대학과 프로중 하나를 선택하면 기득권을 인정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이 말은 최근 수년간 되풀이됐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아마야구 이현태회장과 프로야구 김기춘총재는 도대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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