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문란한 생활기록 사드작품전집 프랑스서 12월 완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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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작가라기보다 사디즘이란 용어로 더 잘 알려진 사드(1740~1814)의 작품 전집이 프랑스 갈리마르출판사에 의해 오는 12월 완간된다.『소돔의 120일』(1785),『미덕이 주는 재난』(1787),『쥐스틴』(1791),『쥘리에트$ (1798)등 작가의 대표소설과 사생활에 대한 기록을 총망라할 이 전집은사드의 문학세계를 현대적 시각에서 조명하는 전기가 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파리 귀족집안 출신으로 루이 15세의 친위장교로 7년전쟁에 참가하기도 한 사드는 자유분방한 생활과 문란한 성편력으로 생의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내야했다.
바스티유감옥에 수감중 완성한 『소돔의 120일』은 수없이 다양한 성행위를 그림처럼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12 길이의 두루마리에 깨알같이 쓴 이 소설의 원고는 프랑스혁명 당시 바스티유감옥 습격 와중에 실종됐다가 안목 있는 프랑스 넝 마주이들의 손을 거쳐 1900년 독일의 한 서적상에 의해 발견돼4년뒤 출판됐다.『쥘리에트』와 『쥐스틴』은 쾌락을 추구하며 행복하게 사는 언니 쥘리에트와 도덕에 매달려 불행하기 짝이 없는 동생 쥐스틴 자매의 삶을 그린 소설로 선과 악 에 대한 기존 관념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이 소설들이 출판되자 프랑스 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사드는 출판업자와 함께 체포된 다음 파리 샤랑통 정신병원으로 보내져 결국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가족들조차 그의 원고를 불태워버린 「악의 화신」 사드를 금세기 다시 도덕의 단두대에 일으켜 세운 것은 기욤 아폴리네르.앙드레 브루통 등 프랑스 초현실주의 시인들과 알베르 카뮈.시몬 드 보부아르 등 실존주의 작가들.초현실주의 시인 로베르 데스노스는 『문예사조로서의 에로티시즘은 사드에 기원을 두고 있다.사드는 문학에 에로스를 영입한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사드를 영원히 화형시킬 것인가.고정관념에서 한걸음만 물러서면성과 쾌락이 미덕(?)이 되기도 하는 세상.선과 악에 대한 기성관념이 뿌리째 흔들리는 오늘날 사드가 되살아나는 것은 필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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