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중년 조재현·박해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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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는 더 이상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년을 훌쩍 넘긴 50대에게도 진(Jean)은 여전히 열정과 젊음의 상징이 된다. 일본 매스컴을 통해 등장한 ‘Jeans 50’이란 신조어는 여전히 젊고 세련된 멋을 간직하고자 하는 50대의 열정을 담았다. 중년의 열정은 한국 또한 마찬가지. 젊은이 못지않은 정열과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50대들에게 청바지와의 조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중앙일보 프리미엄은 현대백화점과 함께 ‘Jeans 50’이 담고 있는 열정을 쫓아본다. 세월의 흐름을 한층 성숙한 멋스러움으로 피워낸 이들. 그리고 이들 삶 속에 끊임없이 솟구치는 정열의 비밀은 뭘까.

조·재·현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판. 조재현이 딱 그 짝이다. 지난 2월, 드라마 ‘뉴하트’를 끝내기도 전에 ‘연극열전2’의 기획자로 나섰고 지난 17일부터는 새 영화 ‘ 마린보이’의 촬영에 들어갔다. 조재현은 이런 일상을 즐긴다. 늘 뭔가를 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이 맞나. ‘민쯩’ 좀 까보자.
  “예전엔 동창들 사이에서도 어려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동년배들 사이에서 유독 동안(童顔) 축에 들더라. 여느 40대들과 달리 불안하게 살아서인 것 같다.”
-불안해서 그렇다니, 난해하다.
  “내 인생은 늘 도전과 실험의 연속이다. 불혹을 넘기면 안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가정·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새로운 것에 대해선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겁 없이 시도해왔다. 이런 내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 ‘열정적’으로 보이나보다. 이런 생각과 행동들이 외모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도전하지 않으면 겨드랑이가 가려운가.
  “나는 배우다. 배우는 등 따습고 배 불러선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안주하고 게을러지면 안 된다는 거다. 40대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생활에 안주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지내는 배 나온 아저씨는 되고 싶지 않다. 이건 내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이고, 그래서 나는 20, 30대의 모습보다 지금의 내모습이 좋다.”
-조재현에게 ‘40대’는 어떤 의미인가.
  “내가 40대라고 생각하면 가끔 섬찟해지곤 한다. 특히 아들을 보면 더 나이를 실감한다. 하지만 나이가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언제나 씩씩하고 거침없이 산다. 그게 바로 젊음의 비결인 것 같다. 뭔가에 빠져 있지 않으면 못견디는 성격도 한몫하는 것 같다.”

-20~30대엔 어땠나.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뭐든지 한번 하기 시작하면 푹 빠져있었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머리를 빡빡 밀고 항상 낡아서 해진 일자 청바지와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다녔다. 낡아서 헤진 청바지는 자연스러움이 배어나 좋았다. 약간의 반항기와 자유로움. 연기만 미쳐있던 그 시절에는 그런 이미지의 청바지가 좋았고 어울렸다.”
-열정을 짧게 정의한다면.
  “안주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거침없는 도전이 무모하다고 생각되진 않나.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무한 도전은 나이와 상관없이 꼭 필요하다. 40대는 40대에 맞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검증이 되고 자신감이 있다면 도전해야 한다. 나는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찾지만, 모르는 분야는 도전하지 않는다. 결코 무모한 도전이 아니란 얘기다. 쇼·오락을 하면 뜬다고 해서 건드리지 않는다. 내가 익숙하고 접해왔던 일에만 도전한다. 연출이 그렇다. 연출은 수십년간 내 곁에 있는 분야였다. 내년에는 에쿠우스를 연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연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내가 연극을 계속하는 이유는 내 역할이 보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배우가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 연극은 배우가 노력한 만큼 흥행디 보장된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어떤 배우라도 노력하면 보상이 되더라. 물론 보상액은 작다(웃음). 대학로 연극에 더 신경을 쓰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대학로 연극무대로 대중의 관심이 쏠리게 하고 싶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해·미

“3개월째 감기가 떨어지질 않아요”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박해미. 다른 스케줄을 핑계로 연습에 빠지는 게 싫어 짬만 나면 연습실을 찾느라 3개월째 하루도 편히 쉰 날이 없단다. 역시 박해미는 프로다웠다.

-‘정열적인 사람’이란 평이 자자하다.
  “나는 원래 게으르고 낙천적인데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그런 나를 열정적으로 바꿔 놓은 게 뮤지컬 무대다. 무대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난다. 내 스스로도 놀랄 만큼 열정적인 나 말이다. 무대 위에서 온힘을 다 쏟고 나면 마치 허물을 벗는 느낌이다. 시원함이랄까.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반대로 무대에서 실수를 한 날은 아무리 남들이 괜찮았다고 말해도 스스로 견디지 못한다.”
-완벽주의자인가.
  “생활에서는 전혀 아니다(웃음). 유독 무대에서만 그런 성향이 나타난다.”
-평소엔 어떻게 사나.
  “관심 있는 것에는 열정적이지만 관심 없는 분야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문외한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다.”
-그럼 ‘관심있는 것’은 뭔가.
  “현재 내 인생에 즐거운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아이와의 생활. ‘품 안의 자식’이라지 않나. 내 아이와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세월이 흐르면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난 아이와 현재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무대와 관계된 스케줄 말고는 유일한 나의 사생활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습이나 공연이 끝나면 뒤풀이에도 참석하지 않고 집으로 달려간다. 두 번째는 물론 무대 위의 생활이다.”
-중년이란 어떤 의미인가.
  “나이에 대해선 신경 안 쓴다. 내 나이가 몇 살인지도 모르고 산다. 문득 40대라는 것을 느꼈을 때 ‘어머’라는 탄성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때뿐이다. 곧 잊어버린다. 나이 때문에 두려워한 적도, 못하는 일도 없다.”

-20대부터 즐겨 입는 스타일이 있나
  “지금까지 변치 않고 좋아하는 옷은 나팔 청바지다. 내가 대학시절에는 디스코바지가 유행했었지만 나는 언제나 나팔 청바지만 입었다. 키가 작은데 나팔바지는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해줘 전체적으로 늘씬해 보여 좋았다. 나팔바지에 대한 사랑은 지금도 마찬가지. 방송출연이 없을 때면 항상 청바지에 큼직한 박스 티셔츠나 셔츠를 입는다.” 
-열정을 잃지 않는 비결은.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남편도, 자식도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하지만 방법론이 문제다. 주변에 뛰어난 여성 인력들이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자기자신을 찾았으면 좋겠다. 나에게 뮤지컬이 있는 것처럼.”

글= 프리미엄 윤경희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스타일리스트= 차은주
헤어·메어크업= 순수 주희(조재현), 스와브17 문경란·순이(박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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