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 아닌 협치의 시대 … 소통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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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연세대 알렌관에서 열린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주최 국제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원장 김동노)이 26일 ‘한국의 국가관리 모델과 비전’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연세대 알렌관에서 한국학술진흥재단 후원으로 열린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역대 정부의 국가관리 전략을 분석하고 최적의 모델을 제안했다.

국가관리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 국내외에서 역대 대통령의 통치사료 수집 작업을 벌여 왔다. 통치사료 연구책임자인 연세대 양승함(정치학) 교수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도서관 6곳을 포함해 10개 기관에서 33만 장 분량의 사료를 모았으며, 이 중에는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다음 달 중 분류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자료집을 낼 예정이다.

◇“소통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고려대 임혁백(정치학) 교수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21세기 상황에서 국가관리 최적의 모델은 산업화 시대의 ‘통치’ 모델이 아니라 국가와 개인, 공적·사적 조직이 협력하는 ‘협치’ 모델”이라며 “이를 위해선 소통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치가 관료적·위계적·중앙집권적인 반면 협치는 유연하고 수평적·분권적인 지배 방식이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통의 정치에 실패한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듣기보다는 말하는 대통령으로 드러나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며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이 대소통자(Great Communicator)의 명성을 얻은 것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 의원과도 대화하고, 보수주의자이면서도 노동자·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와 시정 연설을 통해 국가관리 기조를 분석한 연세대 이종수(행정학) 교수는 “국가관리 기조를 바탕으로 정부 개혁의지가 강했던 대통령은 노무현·박정희·이승만·김영삼·김대중·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순”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권 말기에는 정부 개혁 추진의지가 매우 가파르게 감소하며 민원 해결성 개혁으로 변질되는 게 보통”이라며 정권 초기의 개혁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사가대의 모리 요시노부(森善宣) 교수는 “국가경영에서 이념이나 철학 대신 경제적 힘이 우위를 점하는 시대가 됐다”며 대북 정책과 관련, “이명박 정부가 이승만·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점을 뒀던 ‘압력’과 ‘대화’에서 각각 배울 점을 찾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박명림(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4년제 대통령 중임제와 정·부통제 도입의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1987년 이후 모든 대통령이 임기 중 여당을 탈당하는 무정당 통치가 반복돼 이 기간이 927일에 달한다”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 양상을 막고 정당 무책임제를 근절하기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이크로필름만 20만 장 확보”=연구원 관계자들은 트루먼·아이젠하워·케네디·존슨·포드·카터 등 대통령 도서관 6곳 등 미국 내 주요 도서관과 기록보존소를 찾아 한국 대통령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자료 형태도 문서와 사진, 녹음테이프와 마이크로필름 등으로 다양하다. 미 국립문서기록보관소(NARA)에서 들여온 마이크로필름이 20만 장에 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국내에서 20여만 장의 자료를 모았다. 연구원의 한종기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비밀 해제 시점이 달라 일부는 국내에 처음으로 입수된 자료도 있다”며 “본격적으로 역대 대통령의 통치 행위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정욱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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