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중국·티베트 회담이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티베트 정책이 각국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국제적 압력을 받은 중국 정부는 지난 4일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재개했다. 중국 측은 이 만남을 ‘고도의 인내심과 성의’로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예전부터 달라이 라마가 독립을 모색하지만 않는다면 어떤 것도 논의할 수 있다고 약속해왔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목표가 독립이 아니라고 거듭 말해왔다. 티베트 문제가 존재하고, 달라이 라마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최선의 상대임을 중국이 처음으로 인정한다면 이 회담은 성공할 것이다.

올림픽 개최는 중국이 책임 있는 거대 강국으로 세계 무대에 나섬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개최국에 걸맞은 행동을 기대한다. 티베트 문제는 심각한 도전으로 여겨지지만, 성의와 책임 있는 행동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다음은 중국이 자신의 성의를 증명하고 티베트 민중과 세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이다.

1. 중국은 독립을 모색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혀온 달라이 라마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로 남는 대신 자치권을 가져야 한다고 양측은 진작부터 인정해왔다. 달라이 라마는 ‘진정한 자치’를 제안했지만 중국 측은 지난 6년간 어떠한 답도 하지 않고 있다.

2. 중국은 티베트 망명정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 중국 측은 티베트가 자치권을 획득하면 달라이 라마가 예전 봉건시대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이 비난은 부적절하다. 달라이 라마는 자치 티베트에선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고,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를 세우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3. 중국은 티베트 문제를 외면하는 전략으로 티베트가 오랜 기간 ‘중국의 일부’였음을 계속 주장해왔다. 만약 독립이 아니라 자치가 협상의 목표라면 이 주장은 부적절하다. 설사 받아들여진다 해도 중국에 유리할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1950년대 티베트를 점거하기 전까지 중국이 직접 통치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자치에 대한 정당성을 부각시킨다.

4. 중국은 티베트 문제가 국가적 화합의 문제일 뿐이라고 고집하지 말고 인권문제임을 인정해야 한다. 1980년대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가 중국의 억압정책에 대해 사과했으나 인권침해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달라이 라마는 중국에 억압정책을 끝내고, 수감자를 풀어주고, 전통적인 티베트 문화를 훼손하는 ‘애국 세뇌’ 운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5. 중국은 자신의 체제를 핑곗거리로 삼지 말아야 한다. 당국자들이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한 중국 체제는 두 가지 형태의 자치를 인정하고 있다. 티베트 지역의 소수민족 자치뿐만 아니라 홍콩과 같은 특별 행정구역에서는 더욱 실질적인 자치가 이뤄지고 있다.

6. 중국은 진정한 자치를 ‘분리주의’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 공식적으로 중국에는 55개의 민족이 있지만, 티베트와 위구르를 제외한 다른 민족은 독립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 사실 티베트 문제의 평화적이고 올바른 해결은 위구르 민족에게 긍정적인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7. 중국은 외국 간섭에 대한 의심을 중단해야 한다. 피해의식에 빠지기엔 중국은 너무 크고 강한 국가다. 지난해 유엔에서 채택한 원주민 권리선언은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 티베트 민족은 자신의 땅·역사·언어·문화·종교·관습·전통에서 뚜렷이 구분된다.

8. 중국은 자치 티베트 영역 협상에 나서야 한다. 13개 지역으로 분리된 티베트를 하나로 통합시켜 달라는 요구를 중국은 거부해왔다. 중국은 현재 티베트인들의 분포를 고려해 티베트 문화를 보호할 수 있도록 양보해야 한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공동체를 설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협상 상대다. 중국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마이클 C 데이비스 홍콩 중문대 법학 교수
정리=원낙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