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충격 작은‘강한 펀드’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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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한 고비 넘기자 국제 유가가 전 세계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1900선 회복을 눈앞에 뒀던 한국 증시도 고유가 충격에 26일 장중 1800선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세 차례나 널뛰기를 한 셈이다. 2분기에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설 것이라고 점쳤던 증권사도 다시 비관론으로 기울었다. 증시의 변덕이 이처럼 심해지자 변동성에 강한 펀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널뛰기 증시=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36포인트(1.50%) 내린 1800.58로 마감했다. 19일 장중에 1900선을 찍은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아시아 증시도 부진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3.13%,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2.3% 떨어진 것을 비롯해 대만 가권지수(-1.44%)와 홍콩 항셍지수(-2.09%)도 약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이 단시일 안에 반전할 조짐이 보이지 않아 증시 약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많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유가 수준은 1970년대 말 2차 오일쇼크 수준까지 올라선 상황”이라며 “이 수준이 유지되면 경제성장, 소비, 경상수지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시장마저 고유가 충격으로 소비가 위축된다면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의 주가 전망도 비관론으로 바뀌었다. 1800선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대세다. 한 달을 주기로 주가 전망이 비관→낙관→비관으로 계속 바뀌고 있는 셈이다.

◇변동성 넘는 펀드 부각=주가의 출렁임이 심해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펀드도 속속 나오고 있다. 26일 하루에만 세 가지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쏟아졌다. 대신증권은 주가가 내릴 때는 손해를 줄이고, 오를 때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알고리즘’ 펀드를 내놨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사고, 고평가된 종목은 공매도하는 전략을 쓴다. 대신증권 문남식 이사는 “증시의 변동성이 커져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경우에 대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JP모간자산운용코리아는 전 세계의 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에 분산 투자하는 ‘JP모간에버그린멀티에셋재간접’ 펀드를 선보였다. 일반 주식·채권형 펀드와 달리 이들 자산에 투자한 펀드에 다시 투자하는 형태다. 회사 측은 “상승장에선 주식·원자재 등에 적극 투자하고,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채권·현금 같은 안전 자산 비중을 늘려 위험을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어느 한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투자 대상을 조정하겠다는 얘기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브라질·러시아의 핵심 우량주에 투자하는 ‘코브러시아포커스7주식형’을 들고 나왔다. 3개국의 핵심 종목을 각각 7개 안팎씩 선정해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것보다 소수 핵심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변동 장세를 이기는 데 더 낫다는 게 미래에셋 측의 설명이다. 대신 한국 증시와 상관관계가 적은 자원 부국인 브라질·러시아에 나눠 투자해 위험을 분산한다.

정경민·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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