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이틀째 도로 불법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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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도심 도로를 점거하고 밤샘 시위를 벌이던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25일 새벽 경찰에 연행됐다. 이에 맞서 시위대 수천 명이 도심 곳곳에서 게릴라성 불법 시위를 이어갔다. 연이틀 이어진 거리 시위로 휴일 도심 교통이 한때 마비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뒤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밤샘 시위를 벌인 37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인 24일 오후 세종로 교보생명 소공원 옆 왕복 8차로를 점거한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벌인 혐의(집시법·도로교통법 위반)다.

이들은 밤샘 시위를 벌이다 다음날 오전 4시55분쯤 강제 해산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현장 채증 자료를 검토해 경찰에 폭력을 휘두르거나 불법 행위를 주도한 사람에 대해선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은 26일 수사 결과를 토대로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연행자들은 대부분 대학생·직장인으로 알려졌다. 서울 소재 J고에 재학 중인 남모(18·고3)군도 포함됐다. 남군은 이날 오후 훈방 조치됐다.

◇일부 ‘청와대로 가자’ 며 선동=24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17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시민단체 1700여 개가 모인 ‘국민대책회의’가 주관했다. 참가자는 총 7000여 명(경찰 추산)이었다. 집회가 끝나가던 9시쯤 군중 뒤편에서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문화제 사회자는 “일단 오늘 집회를 마치자”고 집회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어 연단에 오른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시민 중 몇 분이 청와대에 가자고 한다. 함께할 사람은 함께하자”고 말했다. 이에 총 3500여 명이 세종로로 향했다. 경찰은 급히 전·의경 2400여 명을 배치, 저지에 나섰다. 양측의 몸싸움이 이어졌다.

9시50분쯤 시위대는 세종로 교보문고빌딩 옆 왕복 8차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했다.

◇도심 산발 시위로 교통 혼잡=25일 오후에도 서울 도심은 시위대의 도로 점거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오후 6시 청계광장에 모였던 1500여 명이 주변 차로를 점거하고 시위에 나섰다. 청와대 진출을 위해 광화문 부근까지 진출한 시위대는 한때 출동한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대는 방향을 돌려 세종로·태평로를 따라 이동했다. 서울역 광장 앞에 도착, 5개 차로를 무단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어 숭례문~명동~청계광장~시청 앞 광장~동대문운동장 앞을 오가며 도로 점거를 거듭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게릴라’ 시위로 세종로 등 도심 일대의 차량 통행이 거의 마비됐다. 인터넷에는 경찰이 사복 체포조와 물대포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동영상이 떠돌았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시위 때 찍은 것을 마치 이번 상황인 것처럼 꾸며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은 이 동영상을 올린 네티즌을 추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장주영·이진주·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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