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체포영장 법무·검찰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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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법무부와 검찰이 촛불집회 체포영장 청구를 둘러싸고 마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탄핵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 대표 4명에 대해 지난 26일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법무부에 사전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법무부는 "법무부령에 따른 사무 규칙을 위반했다"고 발끈했다.

'검찰 보고 사무규칙'은 ▶소요의 발생 또는 다른 이유로 사회적 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을 경우▶정당.사회 단체의 동향이 사회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그 내용을 요약해 법무부에 정보보고를 해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보고 누락 경위에 대해 진상을 조사한 뒤 잘못이 드러나는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28일 "검찰이 중요 시국사안에 대해선 법무부에 사전 보고하고 협의해야 하는데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사전에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보고가 안 된 경위를 조사해 책임 소재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이춘성 공보관도 "체포영장을 청구하게 된 과정과 보고 누락 여부, 체포영장 청구가 법무부령에 따른 보고사항에 해당하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사안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의 공무원 기강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법무부 관계자는 "康장관은 검찰이 청구한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는 보고를 받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검 관계자는 "체포영장을 청구한 직후 법무부에 보고했다"며 "구속영장도 아니고 소환에 응하지 않는 피의자를 조사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까지 일일이 법무부에 사전 보고를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법무부에 일일이 보고해 오던 관행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며 "이 정도 사안에 대해서까지 보고 의무를 강조한다면 법무부가 검찰의 업무를 일일이 통제하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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