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해결사 김현수의 무심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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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주포 김현수(20·사진)가 4할대의 고감도 타율을 자랑하던 지난 4월 하순 잠실구장. 경기 시작 전 그는 스트레칭보다 인터뷰를 하느라 바빴다. 고졸 연습생 신분에서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성장한 ‘감동적’ 이력 탓에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가 몰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심드렁했다.

“많은 인터뷰로 부담이 되느냐고요? 괜찮아요. 저 그런 것 신경 안 써요”라며 자기에게 몰린 관심을 대수롭지 않은 듯 넘겼다. 이어 “저는요. 타석에서 타격을 마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면 모든 걸 잊어요”라고 했다. 이제 갓 붙박이 주전을 차지한 신참급 선수치고는 대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질문을 던졌다. “1점 차로 뒤지고 있는 9회 말 동점 또는 역전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고 경기가 끝난 적이 있는지?”라고. 그러자 김현수는 “그럼요. 당연히 있죠. 그런데 그날 밤 집에 가서 뭘 먹을까 생각했어요. 물론 삼진 먹고 들어올 때는 팀에 미안하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그렇다고 집에 가서도 그것을 마음에 담아 둔다면 뭐하겠어요.”

야구 감독들은 말한다. “생각이 단순하고 과감한 선수들이 성공한다”고. 이런 면에서 김현수는 1등 감이다. 대신 타석에서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김현수는 “타석에 들어서면 모든 잡생각은 없애고 오로지 투수와의 승부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오로지 치느냐 못 치느냐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김현수의 이런 자세는 타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노려치기가 없다. 투수가 던지는 대로 방망이가 나갈 뿐이다. “구질뿐 아니라 코스도 노리지 않아요. 타석에 들어갈 때 (구질이나 코스를) 정하고 들어가면 그 공이 오지 않을 때 더 혼란스럽거든요”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공 보고 공 치기다. 상대 투수들이 그를 경계하는 이유다. 김현수는 23일 현재 시즌 타율 0.352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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