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X레이에 필름 훼손 '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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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여 찍은 필름을 현상소에 맡겼더니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의 황당함이란! 일반인들의 기념사진도 그렇지만,멀리 해외에서 찍은 영화필름인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부산에서 새 영화'불청객(The Intruder)'의 일부를 촬영한 프랑스의 중견 여감독 클레어 드니가 최근 이 같은 일을 겪었다.

2002년 영화'금요일 밤'으로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감독은 부산의 독특한 풍광뿐 아니라 부산영상위원회가 촬영장소 섭외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점에 반했다. 부산영상위는 1999년 말 민관합동으로 출범한 이래 70여편의 한국영화에 도움을 줬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도 연간 2, 3편의 의뢰를 받고 있다.

'불청객'에서 부산은 주인공이 남태평양으로 떠나는 길에 들러 배를 구입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촬영은 지난달 말부터 열흘간 자갈치 시장 등에서 무사히 진행됐다. 그런데 제작진이 프랑스에 돌아가 필름을 현상해 보니 전체 분량 가운데 창 밖으로 조선소가 보이는 사무실에서 배를 계약하는 장면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감독은 통관과정에서 X레이에 노출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촬영을 도와준 영상위관계자는 "영화 전체를 밤에 주로 쓰는 고감도 필름으로 촬영했는데 문제의 장면은 밝은 낮장면이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 같은 불상사의 가능성을 막으려면 현지에서 현상한 뒤 통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부산영상위 측은 "한국 단역배우의 연기를 포함해 부산에서의 전 과정을 감독이 너무 흡족해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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