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세탁 방지立法 검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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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와 민자당이 부정축재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돈세탁방지법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아직은 그것이 실명제긴급명령의 일반법 전환에 포함되는 것인지,혹은 별도의 법을 만들 것인지 확실치 않다.원칙적으로 돈세탁방지법은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아닌 범죄및 뇌물성 자금거래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필요하다.다만 실명제의 일반법 전환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법간의 정합성과 불필요한 금융거래의 위축을 가져오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돈세탁의뢰자를 처벌해야지 왜 금융기관직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느냐고 항변하는데,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물론 현국면을 종합적으로 볼 때 법제정에 앞서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이 수사기관이 아닌 영리추구기업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는 있다.실명제의 제도적 취지는 금융기관직원이 돈의주인이 누구인가를 일일이 확인하자는 것은 아니었다.이상한 자금이 금융기관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의심되면 금융기관은 보고만 하고수사당국이나 세무당국이 나서는게 취지에 맞는 일이다.
문제는 돈세탁을 의뢰한 사람이 큰 돈을 가지고 금융기관직원에게 돈세탁을 부탁한 경우 금융기관내부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이번 노태우(盧泰愚)씨의 경우도 금융기관의적극적인 협조와 가담이 있었던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지고 있다.
재정경제원이 규정하는대로 돈세탁을 「범죄행위와 같은 불법적 활동으로 생긴 소득의 존재.출처.이용형태를 은닉하고,그 소득이적법한 것처럼 위장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본다면 기업이나 가계등의 정상적인 금융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 을 것이다.따라서 일부 금융기관이 수신경쟁논리로 돈세탁방지법의 필요성을 논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법을 제정하는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관계당국에 보고해야 할 대상의 기준이 무엇인지,금융기관의 직무윤리기준은 무엇인지등이 처벌규정과 함께 명확하게 규정돼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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