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검찰 수사 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일 새벽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진술 내용은 『알맹이가 별로 없다』는 게 검찰주변의 평가다.
재임중 통치자금으로 5,000억원을 모아 정당운영비등으로 쓰고 1,857억원(당초엔 1,700여억원)이 남아있다는 지난달27일의 대국민 사과 내용을 거의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비자금의 조성규모.경위와 관련해 ▶5,000억원의 비자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어떤 기업으로부터 언제 무슨 목적으로 돈을 받았는지 ▶율곡비리등 각종 이권을 주는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는지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盧씨는 이에 대해 『기업들의 성금으로 받은 돈으로 조성된 통치자금』이라는 지난 27일의 대국민 사과 내용을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盧씨는 질문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기억이나지 않는다』『모르겠다』『말할 수 없다』는 세가지 답변을 거듭하며 부인.함구로 일관했으며 조사의 핵심이라할 조성경위 대목에서 盧씨가 돈을 준 기업인의 명단에 대해 좀체 입을 열지않아 조사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사를 담당한 문영호(文永晧)중수부2과장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증거와 자료를 토대로 기업체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해가며 조성 경위를 추궁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그러나 盧씨는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총회장등 이미 검찰이 조사를 완 료,근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사안까지도 『기억이 없다』며 계속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시종 『대부분의 기업으로부터 받았다』라며 특정 기업인 명단을 거명하지 않으려 애썼다는 전언이다.
盧씨는 더 나아가 일부 비자금 조성부분에 대해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이 아는 일이라며 떠 넘기기도 했다고 한 수사관계자가 전했다.
또 그 돈도 단순히 성금으로 받았으며 이권을 주는 대가로 받은 돈은 아니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盧씨는 검찰이 각종 비리의혹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이대며 특혜대가 또는 인허가 리베이트가 아니냐고 조목조목 따져물었지만 이권 대가로 돈을 받은게 아니며 단순한 성금이거나 의례적인 떡값이라고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율곡사업 추진과정에서 1,100여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완강히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1,857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숨겨둔 이유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盧씨는 『92년 대선 직전에 중립내각이 출범하면서 기회를 놓쳤다』는 사과문을 다시 읽는 형식이었다고 전해졌다.
또 검찰은 재임기간중 썼다고 밝힌 3,000여억원의 비자금 사용처 조사과정에서 대선자금의 지원규모등을 추궁했지만 盧씨는 재임중 정당운영비등 정치활동에 사용했다며 직접적인 답변은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이와 함께 盧씨가 스위 스은행등 재산을 해외에 도피했는지 여부와 친.인척 명의 부동산등 숨겨놓은재산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