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총성멈춘 중동,경제회생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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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10년간 중동과 북아프리카 경제는 연평균 2%씩 뒷걸음질쳤다.동남아.동구.남미등과 출발점은 비슷했던 이 지역 나라들은 극심한 빈부격차와 실업.정치적 극단주의로 말미암아 피폐일로를 걸어왔다.
지난달 29~31일 사흘간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열린 중동.
북아프리카(MENA)경제정상 회의는 바로 이런 상황의 돌파구를찾자는데서 비롯된 것이다.아랍세계는 물론 나름대로 이해득실 계산에 분주한 미국.일본등 60여개국 정치.경제지 도자 1,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행사를 지휘한 실무주체는 요르단 정부와 스위스에 본부를둔 세계경제포럼(WEF)이었다.그러나 모임의 산파역은 단연 미국의 몫이었다.지중해 모로코에서 아라비아해 오만에 이르는 범(汎)아랍권에 이스라엘과 서방의 기술.자본을 투여 함으로써 아랍-이스라엘간 평화기반을 굳히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도였다.이는 미국의 대중동 영향력을 공고히하면서 동시에 클린턴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길이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 수개월간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상무부와 재무부 고위관리,중동 주변국 주재 대사들을 동원해 보다많은 나라의 참여를 독려하는데 동분서주했다.공염불만 외치다 끝난 지난해 카사블랑카 MENA 정상회의와 달리 이번 자리에 참석하는게 결코 시간낭비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극구 강조했다. 이 지역 회원국들도 『경제가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세계은행은 회의 직전 내놓은 중동경제보고서를통해 MENA 8개 회원국이 2010년까지 4,7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실업문제로 곤욕을 치를 것 이라고 전망했다.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이번 회의의 열기는 뜨거웠다.돈.기술을 내놓아야 할 입장인 이스라엘은 국제공항 건설과 홍해 광섬유통신사업등 218건 247억달러에 달하는 대단위 역내(域內)투자계획을 발표했다.또한 팔레스타 인 해방기구가 산업시설.수로개발등 60억달러 상당의 개발계획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모로코(80억달러)▶요르단(35억달러)▶이집트(30억달러)등이 저마다 자국의 개발청사진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가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상당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미국.이스라엘등이 주창한 중동은행 설립문제(후보지 카이로)만 해도 기존의 투자금융제도와 중복된다는비판이 절대 우세하다.정작 설립자금을 내야할 중 동 부호국 정부들도 중동평화의 완전한 정착이 보장되기 전에는 자금지원이 어렵다는 반응들이다.유럽연합(EU)역시 중동은행의 골격을 보다 소박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미국 안과 대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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