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소명서 내용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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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30일 검찰에 제출할 비자금소명서가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소명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사람이름과 액수다.
어떤 재벌이 얼마를 제공했는지,김영삼(金泳三)대통령,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등 정치지도자들은 언제얼마를 받았는지등이 뇌관에 해당되는 대목이다.특히 대선자금지원은 핵뇌관이다.때문에 진술서는 「함승희리스트」에 이어 「노태우리스트」라 불린다.
盧씨가 이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은 파문의 확산보다는 봉합을 통해 위기의 마지막 탈출구를 찾으려하기 때문인 듯하다.아울러 여기에는 여권과 자신의 「구명협상」을 계속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계산이 있는 것같다.
우선 대선자금부분이 공개될 경우 정치권에 상당한 폭발성의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가장 부담을 느끼고 있는 쪽은 金대통령과 여권이다.소명서가 이를 포함하면 여권은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여권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盧씨의 신병에 대해 구속같은 과감한 조치도 고려해야하는 상황이올지 모른다.여권이 주저하면 폭발상태에 처한 전체 정치권이 이를 압박해 올 것이다.
盧씨는 이같은 극단상황은 피해야할 처지다.물론 여권의 결단에따라 앞으로 검찰조사에서 검찰이 盧씨에게 리스트 공개를 요구할수도 있다.盧씨는 최후까지 『적어도 내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다』는 상황을 만들어 놓으려 하고 있는 것같 다.
비자금제공기업에 대해서도 盧씨는 여러가지 현실적 고려를 하고있다.우선 명단을 밝힐 경우 검찰은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그렇게 되면 수사는 정치헌금이 아니라 盧씨의 이권거래.권력형축재등으로 확산될 수 있고 盧씨는 이것을 염려하 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아울러 선경.동방유량등 사돈기업을 보호해야할 부담을盧씨는 안고 있다.
盧씨는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권대가.국책사업리베이트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주로 기업인의 성금이었다는 것이다.조금이라도 이 혐의를 인정하면 그는 정치자금법이 아니라특가법(뇌물수수)에 걸리기 때문이다.
소명서에서 비자금의 소재도 중요한 부분이다.구체적으로 명시되면 검찰은 「보물찾기」의 수고를 덜 수 있다.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스위스은행예치등 해외은닉의혹에 대해 盧씨가 어떻게 설명할지도 주목된다.
盧씨가 소명서에서 중요한 부분은 공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이제 공은 여권과 검찰에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누차 천명한대로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실현하려면 검찰은 盧씨의 입을 여는데 주력해야 한다.그것이 실패한다면 다른 물적증거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여권은 「盧씨사태」전반에 대해 포괄적인 정치적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사태는 고난도 정치게임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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