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교과서 기술 결정된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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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정부가 독도 파장이 확산되자 수습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핵심 각료들의 발언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독도가 일본 고유의 땅이라는 점은 일관된 일본 정부의 주장으로 변함이 없다”면서도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어떻게 기술할지는 현 시점에서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무상도 “현 시점에서 결정된 것은 없고, 한국 측 입장을 잘 알겠다”고 밝혔으며, 제니야 마사미(錢谷眞美) 문부과학성 차관도 “해설서에 독도를 어떻게 다룰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면서도 이처럼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한국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양국 간 관계가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쿄(東京)신문은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경제 분야와 대북 정책 협력을 강화키로 했지만 역사 문제를 덮어둔 것은 (역사 문제는) 서로 덕 볼 게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이 미래 지향의 새로운 시대를 약속했는데 독도 분쟁이 발생하면 관계 개선의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20일 “2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두 차례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는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이는 두 나라의 ‘미래 지향적’ 관계를 위해 한국 측이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냉정히 대처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내 여론과 문부과학성의 중학교 교과서 문제의 진행 과정에 따라 재차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시절 독도와 교과서 문제 때문에 경색됐던 전례를 걱정하고 있다.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도 한·일 양국은 서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해설서의 내용이 결정되는 7월까지는 일본 내에서도 독도 영유권 명기 여부를 놓고 계속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퇴진 이후 세력 기반이 약화된 보수 우파 성향 정치인들이 정치력 회복의 수단으로 집요하게 영토 분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온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독도 영유권 교육 강화 방침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시마네현 독도 담당 야마오카 히사시(山岡尙) 관리감은 “ 학습지도요령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로 명기되면 많은 교과서가 독도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마네현 오키노시마 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독도 문제를 다룬 부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시마네현도 현정부 차원에서 독도 문제를 다룬 초·중학교 교재를 올해 안에 만들어 내년부터 비디오 교재와 함께 수업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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