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 먹으며 170시간 광산에 갇혔던 30대 구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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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위험이 계속 닥칠 것이라는 분위기가 쓰촨(四川) 대지진 현장에는 아직 가득하다. 진앙지 부근에 내려진 폭우 예보에 규모가 매우 강한 여진이 겹치면서 수십만 명의 주민이 불안 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색호에 갇힌 주민들=쓰촨 원촨(汶川) 대지진 8일째에 접어든 20일 수천 명의 주민이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하천의 흐름을 끊어 만든 언색호(堰塞湖)에 갇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지 모두 21개의 언색호가 생겼다. 재난구조본부에 따르면 몐양(綿陽)시에서 북쪽으로 가장 외진 곳에 있는 샤오무링(小木嶺) 벌목장 지역에 수천 명의 주민이 고립된 상태다. 비가 내려 언색호에 물이 불으면 이곳 주민들은 수몰될 우려가 크다. 한편 진앙지 원촨 부근의 석회석 광산에 170시간 동안 갇혔던 펑궈화(37)가 구출됐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펑은 화장지를 먹고 자신의 소변을 마시며 구조를 기다렸다고 통신은 전했다.

◇여진 공포에 떠는 구이저우성=신화통신은 19일 밤 쓰촨성 남부와 충칭(重慶)직할시와 맞닿은 구이저우(貴州)성 북부 쭌이(遵義)시 퉁쯔(桐梓)현에서 개구리와 두꺼비들이 떼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돼 주민들이 강진이 발생할 징조라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이저우성 지진국에는 19일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지진 발생 가능성을 묻는 문의전화가 폭주했 다. 천번진 구이저우성 지진 국장은 “구이저우성의 지질구조는 안정적이며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정부가 원촨 지진 때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며 평지에서 밤을 새웠다.

◇‘지진 고아’ 입양 움직임=32년 전 지진을 겪었던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가 이번 대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 500명을 입양하기로 했다. 탕산시 민정국 스위펀(史玉芬) 부국장은 “탕산 대지진 때 고아가 된 4200여 명 대부분이 정부와 시민의 보호로 잘 자라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진 고아’ 500명을 입양하기로 쓰촨성 정부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탕산 지진 고아로 톈진(天津)시에 대형 철강회사를 세운 장샹칭 사장은 1억 위안(약 150억원)의 성금을 냈다. 이와 함께 중국 전역에서는 재난 현장의 어린 학생들에게 보내는 위문 편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 상대 고소=쓰촨 대지진으로 상당수의 학교 건물이 무너지면서 많은 어린이가 목숨을 잃자 부실 공사를 묵인한 정부 관리들에 대한 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 부모들이 부실 공사를 눈감은 시와 정부를 상대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교 인근의 오래된 아파트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학교 건물 등이 쉽게 무너진 것은 부실 공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다음달 1일 이와 관련된 당국자를 고소할 예정이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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