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아이의 재능은 엄마 꿈과 따로 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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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식을 천재로 생각하는 많은 엄마들, 1등을 할 수 없는 아이에게 1등을 강요하는 엄마들,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려는 엄마들, 그런 엄마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자기가 실현하지 못했던 인생의 꿈을 자식을 통해서 실현시키려고 자식을 들볶는 엄마들, 그 유형은 정말 다양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을 주도했고 총장을 세 차례 역임한 후 지금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강숙(68.사진)씨의 작가 데뷔작 '피아니스트의 탄생'은 소설 초반에 '엄마 자격증' 얘기를 꺼낸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고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며, 자식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을 가꾸어야 한다는 논리다.

소설은 지방도시 중산층 가정의 외아들인 현민영이 타고난 음감을 살려 권위 있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를 차지하며 음악가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나 민영의 성장에 대한 서술보다 이씨가 작가의 말에서 밝힌 대로 소설 형식을 빌어 피아노를 옳게 배우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더 무게가 실렸다.

비슷한 노래 두 곡을 차례로 들은 후 차이점을 지적하는 '귀놀이', 화성진행 놀이를 통해 민영의 귀가 좋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대목부터 단계별 스승을 찾아가는 대목, 작은 성취와 좌절 등 민영의 성공 사례를 통해 한국을 음악의 본고장으로 만들어달라는 당부, 예술권력이 판치는 현실에 대한 염려까지 자연스럽게 녹였다.

민영의 어머니 윤정순은 처음에는 사내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도 되는 것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였다. 친구 고혜원이 엄마 자격증에 대해 시비를 건 후 마음을 돌린다. 때문에 소설은 학교 성적 지상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땅의 상당수 엄마들에게 필요한 자녀교육 지침서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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